'승부사’ 김세영(26)은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늘 드라마틱한 경기를 선보였다.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는 박인비(31)와의 연장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샷 이글로 우승했다. 지난해 손베리크리크 클래식에서는 31언더파로 LPGA 투어 최소타수 신기록을 썼다.
김세영이 LPGA 투어 사상 최고 상금이 걸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짜릿한 끝내기 버디로 다시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사상 최고 우승 상금인 150만달러(약 17억6700만원)를 받는 잭팟도 터뜨렸다.
김세영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넬리 코다(미국)에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경기 내내 코다와 매치플레이같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했다. 김세영은 전반 9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를 쳤다. 코다는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이븐파를 치면서 2타 차가 났다.
9번 홀부터 코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코다는 9번 홀에서 티샷을 패널티 구역에 빠뜨려 첫 보기를 했다. 11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언덕을 맞고 해저드에 빠져 또 보기가 나왔다.
김세영은 도망갈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파5홀인 14번 홀에서 1m가 안 되는 퍼트를 넣지 못하는 등 퍼트가 떨어지지 않아 2타 차 박빙이 이어졌다. 김세영과 코다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하는 사이 이 대회 2016년 우승자인 찰리 헐(잉글랜드)이 야금야금 타수를 줄였다. 전반에 1타를 줄인 헐은 후반 9홀에서 무려 5타를 줄였다. 12, 13번 홀 연속 버디 뒤 16~18번 홀의 연속 버디로 17언더파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 들어선 김세영은 버디를 하면 우승, 파를 하면 연장전이었다. 김세영의 두 번째 샷은 홀에서 8m 가량이나 되는데다 내리막 경사에 놓여 버디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승부사’ 김세영은 별명에 걸맞게 이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치열했던 경기를 끝냈다. 첫날부터 선두를 달린 끝에 거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김세영은 시즌 3승, 통산 10승째를 달성하면서 박세리(25승)-박인비(19승)-신지애(11승)에 이어 네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은 한국 선수가 됐다. 김세영은 “스코어보드를 안 보는 습관이 있어 헐이 공동 선두인 줄 몰랐다. 우승 퍼트를 하고 나서 헐의 스코어를 보고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이렇게 많은 상금을 받은 게 처음이라 의미있는 데에 쓰고 싶다”고 했다.
이 대회전까지 상금랭킹 1위였던 고진영(24)은 최종일에 11언더파 공동 11위를 했지만 김세영 덕분에 상금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 평균 69.062타로 김효주(69.408타)를 물리치고 최소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품에 안아 자신의 해를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고진영은 “만족스럽지만 아직은 조금 더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골프의 완성도, 스윙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집중해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19 시즌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은 김세영의 우승으로 33개 대회에서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인 15승을 기록했다. 2015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