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알코올 중독은 네 가정 중 한 가정에서 겪고 있는 문제로, 그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의 음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여성도 알코올 중독 환자가 있나요?'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만큼 그 치료와 회복에 있어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 차는 비단 알코올 중독 환자 가족 내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남성중독자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여성중독자에 대해서는 비도덕적이고 정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거나 나아가 여성중독자를 사회적인 실패자나 문란한 여성으로 간주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여성들은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고통을 받다가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자가 치료하는 형식으로 음주를 하면서 중독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여 몰래 음주를 하다 보니, 발견과 치료가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위점막 알코올 분해효소(ADH)가 남성보다 적어 알코올의 흡수 비율이 높고, 남성에 비해서 체중에 지방의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수분의 비율이 낮아서 같은 술을 마셔도 혈중에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타나며, 또한 체질적으로 여성의 뇌가 알코올에 더 민감하여 알코올 의존이 빠르게 진행되고 신체적 질환도 훨씬 빨리 악화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도수 낮은 술, 과일주 등 다양한 주종들이 출시되는 것과 관련해 음주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여성 알코올중독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종 음주실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음주개시연령과 평균음주량, 과음률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여성이 중독으로 입원하여 치료받는 환자 수가 매우 적어서, 한 치료 집단을 구성하고 이끌어 가기도 힘들었으며 여성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경험과 이에 대한 자료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중독 환자 수도 늘고 각종 연구 보고도 많아졌다. 특히 현재는 알코올 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치료병동이 조성되어 남성중독자 뿐만 아니라 여성 중독자에 대한 치료 설계와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다사랑병원 황인복 원장(사진)은 "학계에서는 여성중독자들은 남성중독자에 비하여 중독의 진행속도가 빨라 간경화, 인격의 와해, 치매 등에 빠지면서 폐인처럼 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며 "보통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2배 이상의 속도로 합병증이 진행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여성 중독은 신체 생리적인 특성이 다르고 그들이 갖는 사회 심리적인 요인도 달라서 치료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접근과 세심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사회 내에 여성중독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존재하는 이상 치료에 장벽을 만들고, 여성을 음주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는 여성들 자신, 그 가족, 그리고 사회가 여성들의 음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고 올바른 안목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