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 시상식. 베스트포토상을 수상한 유상철 인천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유상철 감독과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함께 기적을 일궈냈다.
강등권 후보였지만 유 감독과 인천은 투혼을 발휘하며 K리그1(1부리그)에 잔류했다. 인천은 지난달 30일 K리그1 최종전에서 경남 FC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10위를 확정지었다. '생존왕'다운 저력을 선보였다. 이번 잔류는 더욱 뜻깊었다. 유 감독이 췌장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인천 모두가 하나가 됐고, 이들 앞에 기적이 찾아왔다.
유 감독은 잔류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또 췌장암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유 감독은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대상 시상식'에 유 감독이 참석했다. 유 감독은 "사실 시상식에 오지 않으려 했다. 시선을 받는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컨디션이 좋을 때 이렇게 와서 시상식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먼저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시간이 많았다면 팀을 차근차근 만들 수 있었는데 5월에 부임했다. 짧은 시간 안에 팀을 만들어야 했다. 이 부분이 조금 부담됐고,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따라와줬고, 구단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구단이 파격적으로 지원해줬다. 인천에 오면서 세운 첫 번째 목표가 잔류였다. 이를 달성한 것에 만족을 한다. 돌아보면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좋았던 부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잔류 전쟁을 치르면서 유 감독은 스스로 한 단계 발전했음을 느꼈다. 그는 "감독은 욕심이 있다. 이 욕심이 화를 부를 때가 있다. 올 시즌 이런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경험이 생긴 것 같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잡고 있는 것 보다 내려놓으면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부드러워진다. 안 내려놓고 잡고 있으면 생각과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이 흐려져 독이 된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인천 선수들에게 고마움도 표현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제일 힘들었다. 본인들도 이기고 싶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될 때가 있었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잔류를 가지고 왔다. 선수들이 고생했으니 잘 쉬웠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 감독은 더 이상 인천이 '생존왕'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는 "잔류 전쟁을 4년 동안 했다. 나는 못할 것 같다. 이런 건 4년으로 끝내고, 내년에는 되풀이되지 않게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잘 쉬면서 잘 준비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팀 인천과 함께 유 감독 본인의 다음도 기약했다. 유 감독은 팬들에게 회복할 것이라 약속했다. 유 감독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암과 싸우고 있다.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다린다. 그는 "팬들과 약속 지켜야 한다. 반드시 지킬 거다.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의학이 발달됐고, 약이 좋아져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겨내는 것이다. 치료를 받고나면 하루하루 컨디션이 바뀌기는 하지만 잘 이겨낼 것이다. 잘 버텨낼 것이다. 팬들이 걱정과 응원의 목소리를 내주고 있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암치료를 버텨내야 한다. 유 감독은 "항암치료를 2박3일 정도 한 뒤 퇴원했다 다시 항암치료를 받으러 입원한다. 수술을 할 단계를 넘었다. 꾸준히 항암치료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체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잘 먹어야 되는데 잘 먹히지가 않는다. 그래도 꼭 버텨낼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