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이 '동백꽃 필 무렵' 후속이라는 부담감과 타이틀롤의 무게를 견뎌내고 작품을 성공으로 견인할 수 있을까.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진출, 1000만 배우 등극,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꽃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시험 무대와 마주한다.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라마다호텔에서 KBS 2TV 새 수목극 '99억의 여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영조 PD, 배우 조여정, 김강우, 정웅인, 오나라, 이지훈이 참석했다.
'99억의 여자'는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던 한 여자가 주인 잃은 현금 99억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분투기를 담아낸다. 99억을 매개로 독하게 삶을 마주하고 강하게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전작 '동백꽃 필 무렵'은 최종회 2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방영된 KBS 미니시리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99억의 여자'가 후속작인 만큼 전작의 후광 효과를 누리면서도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여정은 "다음 주자로서 전작이 많은 사랑을 받은 건 기분이 좋다.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서 보는 시청자들이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보다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연기 자체가 부담스럽다. 매순간 부담스럽고 도전이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만큼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조여정과 김강우는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 이후 이번 작품을 통해 7년 만에 재회했다. 조여정은 "김강우 배우가 한다고 해서 믿고 한 게 크다.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역시나 듬직하고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처음에 조여정 배우가 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언제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 당시엔 소녀 같았다. 물론 지금도 소녀 같지만 조금 더 원숙해진 것 같다. 연기할 때 막 던져도 편하게 다 받아준다. 너무나 즐겁게 촬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웅인과는 극 중 부부 호흡을 맞추는 조여정. "정웅인 오빠랑 처음 같이 해본다. 오빠와 나이 차가 있어서 처음에 오빠가 걱정했던 것 같다. 아닌가.(웃음) 인표 역할을 정웅인 배우가 아니라면 납득시켜서 연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지훈은 현장에서 비타민 같은 존재다.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귀여운 막둥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이에 대해 정웅인은 "이번에 조여정이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서 좋았다. 사실 쟁쟁한 후보가 많아서 수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상했다. 호명된 이후 내가 더 긴장됐다. 상이라는 게 상대한테도 긴장감을 주더라. 얼굴부터 손, 발 다 작은 배우인데 너무나 큰 배우가 됐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와 호흡 맞출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기생충처럼 붙어서 한 10년은 기생하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극 중 오나라와 이지훈은 부부로 등장한다. 연상연하 커플 설정인데, 실제 두 사람의 나이 차는 14살이다. 오나라는 "너무나 멋진 이지훈이 남편 역할을 한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현장에서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는다. 소통이 진짜 잘 되는 커플이다. 신이 끝날 때마다 어땠냐고 의견을 묻는다. '누나랑 연기해서 좋다'고 했을 때 너무 감동이었다. 호흡이 척척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절대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주변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누나가 오히려 젊은 센스가 더 많고, 현장에서 잘 챙겨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고 부족한 것도 얘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나의 매력 포인트는 풍성한 머리숱이다. 그리고 피부, 목소리, 누나의 웃음 소리가 비타민 같다. 촬영장에서 누나 웃음 소리가 들리면 열심히 힘을 내서 촬영하고 있다. 좋은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며 촬영 중이다"라고 자신했다.
김영조 PD는 "돈을 매개로 한 드라마지만, 두 부부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부부와 아웃사이더 김강우가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인생이 돈 때문에 어떻게 흘러가는지 주목해 달라"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조여정의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마지막까지 돋보였다. "상은 연기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격려라고 생각한다. 완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하고 있어 기쁘다. 배우는 작품이 없으면 미완성의 존재다. 현장에 있는 게 오히려 우왕좌왕하지 않고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해준 것 같다"면서 '99억의 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