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4번 타자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에이스에 이어 공격 중심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 사령탑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19 스토브리그를 향한 시선이 바다 건너로 향하고 있다. SK 에이스 김광현(31)에 이어 두산 외야수 김재환(31)도 포스팅을 선언했다. 두산 구단은 5일 오전 "김재환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에이전트와 몇 차례 만나 논의를 거쳤다. 도전을 허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KBO에 김재환에 대한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데뷔 9년 만에 주전이 된 김재환은 2019시즌 종료까지 포스팅 신청 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등록 일수 추가 60일을 받았고,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김재환의 국내 에이전시 스포티즌은 "선수가 그동안 도전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어 미국 내 협상을 담당한 에이전시 CAA Sports를 소개했다. 지난 2017년에 오타니 쇼헤이의 LA 에인절스행을 진행한 에이전시로 알려졌다. 2018~2019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인 버스터 포지 등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뿐 아니라 크리스 폴, 폴 조지 등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소속이라고 한다.
현지 에이전시는 김재환이 거포로 두각을 드러낸 2016년부터 관심을 보였고, 김재환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스포티즌 측은 "현재 CAA Sports의 야구팀의 전문가들은 김재환의 데이터와 분석자료를 토대로 메이저리그 구단에 보낼 김재환의 자료에 대한 준비를 마쳤고, 포스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완료했다"고 했다.
2019 통합 우승팀 두산은 시름이 깊어졌다.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과 결별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겨냥하고 있는 선수다. 기약 없는 동행 가능성에 연연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4번 타자도 이탈할 수 있다. 안 그래도 2020시즌 종료 뒤 내부 FA(프리에이전트)가 쏟아지는 팀이다.
일단 사령탑은 담담하게 선수의 도전을 응원했다. 같은 날 2019 한국프로야구 은퇴 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달 24일에 열린 곰들의 모임 행사 때 면담을 신청하더라.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고 한다. 도전해보라고 해줬다"고 전했다.
감독은 "아직 확실히 떠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선수 입장에서는 평가를 받아 보고 싶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봤다. 이어 선수의 경쟁에 대해서는 "국내 선수로 보기 어려울 만큼 강한 힘과 배트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올 시즌에는 조금 부진했지만, 적응만 잘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며 치켜세웠다.
린드블럼의 이탈은 예견됐다. 김재환은 변수다. 주축 선수를 잃은 감독은 고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담담하다. "감독은 있는 선수들로 전력을 구성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말이다. 김재환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고 이탈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설령 현실이 되어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그는 "늘 겪는 일이다"고도 말했다.
한편 김재환은 "아직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할 기회가 온 것만으로 감사하다. 대승적인 결정으로 이런 도전을 허락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