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FA(프리에이전트) 대형 계약을 노리는 류현진(32)이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의 핵심인 윈터미팅이 막을 올린다. 구단 고위관계자와 에이전트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윈터미팅은 FA 계약의 물꼬를 트는 '만남의 장'이다. 올해는 9일(한국시각)부터 닷새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다. 투수 최대어 게릿 콜(29·전 휴스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전 워싱턴) 등 수많은 선수의 이적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관심을 끄는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류현진의 계약이다.
2019시즌 가치를 정점으로 찍었다. 아시아 투수로는 사상 첫 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올랐고 데뷔 첫 올스타전 무대까지 밟았다. 선발 투수가 필요한 팀들의 러브콜과 영입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9일 NBC 스포츠 시카고는 '류현진은 알맞은 대안이다'고 언급했다. 콜과 스트라스버그는 각각 2억 달러(2379억원) 이상의 계약을 노릴 게 유력해 출혈이 크다. 두 선수와 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으면서 몸값이 저렴한 류현진이 시카고 컵스에 적절하다는 해석이다. 8일 뉴욕 포스트는 '뉴욕 양키스가 콜 영입에 실패할 경우 류현진이 대체 옵션이다'고 비슷한 주장을 했다.
신시내티와 워싱턴 단장을 역임한 짐 보우덴은 7일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칼럼에서 '애리조나가 류현진과 3년, 총액 5550만 달러(660억원)에 계약해야 한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저명 칼럼니스트인 존 모로시는 '댈러스 카이클(31·전 애틀랜타)과 류현진이 토론토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는 보라스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류현진 영입 유력 구단으로 떠오른 상태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가리지 않고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윈티미팅이 시작되기 전 잭 휠러(29)가 필라델피아와 5년, 총액 1억1800만 달러(1404억원)에 계약하며 시장 분위기를 달궜다. 오른손 선발 투수인 휠러는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이 선정한 FA 랭킹에서 4위. 그다음이 바로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계약 기간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연평균 액수에는 (휠러의 계약이 류현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휠러가 받는 연평균 액수는 2360만 달러(281억원)로 적지 않다.
에이전트의 역할도 크다. 류현진의 대리인인 스캇 보라스는 이번 윈터미팅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태풍의 눈'이다. FA 빅3로 분류되는 콜과 스트라스버그 그리고 타자 최대어 앤서니 렌던(29·전 워싱턴)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어떤 선수의 계약을 먼저 터트리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콜과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을 지렛대 삼아 류현진의 몸값을 키울 여지도 충분하다. 두 선수를 놓친 구단에게 류현진은 좋은 대안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7일 '윈티미팅이 다시 한번 보라스의 쇼가 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때마침 얼어있던 FA 시장도 해빙 분위기다. 송재우 위원은 "지난 2년보다는 분위기가 약간 풀리는 건 맞다"며 "필라델피아가 주도하고 있다. 양키스도 돈을 쓰겠다는 분위기다. 빅마켓 팀이 움직이면 시장은 동요하게 된다"고 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역대 구단 FA 최고액인 7300만 달러(868억원)를 투자해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계약했다. 불펜 투수 윌 스미스는 연평균 1333만 달러(159억원)에 해당하는 3년, 총액 4000만 달러(477억원)로 애틀랜타행을 확정했다. 몇 년째 FA 재수만 선택했던 마이크 무스타커스도 4년, 총액 6400만 달러(761억원)에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었다. 송 위원은 "지난해 대형 계약이 쏟아졌어도 S급이 아닌 선수에 대해선 입질을 좀처럼 하지 않았다. 올 시즌에 약간 다르다"고 했다.
류현진의 FA 타이밍은 절묘하다. 개인 성적으로 가치를 올렸고 리그 최고의 에이전트가 계약을 돕고 있다. 여기에 시장의 분위기마저 선수 편이다. FA 계약의 초안이 마련될 윈터미팅 결과에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