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배우들이나 가수들의 인터뷰는 새로운 작품·앨범을 전후해 진행된다. OCN '빙의' 이후 쉰 고준희는 이례적으로 기자 앞에 앉았다.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는 자리.
올 초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난 후 여럿 매니지먼트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매번 불발됐다. 또 들려온 소식은 악플러와 전쟁. 여배우로서 좋지 못한 소문만 돌았고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 지난달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손을 잡았다. 새 소속사 측은 이미 수십명의 악플러를 잡았다. 선처는 없다.
고준희는 2019년을 액땜 삼아 내년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드라마 '빙의' 끝내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가졌다. 중간에 광고 촬영이 있어 진행하며 보냈다."
-공백이 길었다. 일상에선 뭘 했나.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까지 자전거를 탔다. 집이 성수동인데 청담동까지 자전거로 다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왜 복장을 갖추고 장비를 사는지 알겠더라. 장시간 타다보니 복장의 필요성을 느껴 여성용 의상까지 구입했다."
-고민 끝에 새로운 소속사를 선택했다. "현 소속사 대표가 박해진 선배를 잘 챙겨주는 걸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다. 오래 전 광고 촬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됐고 이번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표님께서 응원도 해주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줘 계약을 하게 됐다."
-소속사 미팅을 많이 했다. "회사와 미팅한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것과 달리 나는 알 수 있는 게 없고 들리는 이야기로만 믿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말로만 듣고 파트너를 알아보고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과정이었다. 의도치 않게 회사와 미팅이 기사화되는 게 당황스러웠다. 마치 소개팅 같았다. 거절 당한 느낌이었고 자꾸 회사와 미팅이 잘 안 될 경우 더욱 안 좋은 일과 엮여 확대 해석됐다." -본의 아닌 공백기로 힘들었겠다. "세워놓은 계획이 한 순간 없어져 버리니 왜 속이 안 상하겠나.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시간을 줬나보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지만 쉽진 않았다.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일에 대한 갈증보다 감사함을 더 깨달았다."
-악플러에 대한 법적대응을 시작했다. "쉬는 동안 '내가 이런 직업을 선택해서 이렇게 된 건가'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정말 무서웠다. 나랑 친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상처받는 게 정말 힘들었다. 오히려 나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주변 스태프·친구·가족들한테 물어보는 상황이라 나는 잘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선처 없이 가고 싶다."
-조사 과정이 꽤 길어지고 있다. "악플을 남긴 사람들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 너무 예쁘고 좋은 날이 많을 사람들일텐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안타깝다.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게 아니기 때문에 '악플러들에게 일침을 가한다'고 싶지 않다. 대중은 이전보다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지 않았냐.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일한다. 앞으로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본인의 언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수 있는지를 인지하고 글을 작성했으면 좋겠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가십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 답답했고 황당했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대중 또한 말의 무게감을 알고 글이나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다." -특정 루머가 떠돌았다. "나는 괜찮았다. 처음에 당황스럽고 예정된 스케줄의 하차 통보를 받았을 때만 화가나는 듯 했지만 가족이 너무 힘들어했다. 어머니가 아직도 이명 치료를 받고 있다. 부모님도 나를 믿고 응원해줬다. 제일 큰 힘이 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아픈 걸 보는게 제일 힘들었다."
-당사자와 상관없는 루머였다. "하루 아침에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퍽치기를 당하면 가방을 잃어버리고 다치지 않나. 제일 먼저 수습을 해야했다. 넉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루머에 대해 피해자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물어봐야하지 않냐. 나도 모르는 일을 나에게 물어보니까 답답하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게 됐지만 그때는 정말 답답하고 막연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나. "우선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 지가 우선이다. 그리고 상대 배우도 본다. '언터쳐블' '빙의' 모두 한 번쯤 호흡해보고 싶은 김성균·송새벽이라 더 끌렸다. 복귀작은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 특정 장르를 규정짓긴 그렇지만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다." -뷰티 프로그램 MC로 컴백한다. "예능 울렁증이 있다. 예능을 나가면 어느 순간 어떤 얘기를 해야될지 모르겠다.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헛소리를 하고 그게 편집이 안 돼 방송되면 '왜 저랬지' 늘 괴로웠다.(웃음) 뷰티 프로그램 MC는 계속 섭외가 들어왔다. 내 영역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젠 배우에게 연기만 바라지 않다는 걸 알아 하나하나 극복하려고 한다. 중국 왕홍들과 K뷰티를 알리는 방식이 신선했다."
-흔히 '완판녀'라 불린다. "너무 감사하다. 내가 바르는 립스틱 컬러와 헤어스타일 등에 대해 궁금해하니 감사하다. 그걸로 내가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웃음) 내 이름 앞에 붙는 단발이나 숏컷에 대한 수식어도 대중이 만들어줬다. 가죽이나 청재킷 입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키가 커서 운동화를 많이 신는 것도 단지 편해서고 의도하지 않은 내 스타일이다."
-내년 계획이 기대된다. "앞으로 목표는 잘 되는 것이다. 추상적일 수 있지만 엄마가 건강해지고 내년에는 함께 할 사람들이 있으니 돈을 벌 수 있는 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