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디즈니의 '겨울왕국 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비수기임에도 개봉 17일 만이라는 단기간에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이로써 디즈니는 올해 3번째 1000만 영화를 만들어냈다.
2019년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한 영화는 총 5편. '극한직업'·'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알라딘'·'기생충'과 '겨울왕국 2'다. 이들 가운데 전통적인 성수기에 개봉해 흥행한 영화는 '극한직업' 단 한 편이다. 다른 4편의 영화 모두 이른바 비수기에 관객과 만나 1000만 고지를 넘어섰다.
대신 성수기에 개봉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영화들이 여럿 등장했다. 지난 추석 개봉 영화 가운데 '타짜: 원 아이드 잭'은 222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26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손익분기점 200만 명인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최종 스코어 118만 명에 그치고 말았다. 이쯤 되니 비수기와 성수기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대신 디즈니 영화가 개봉하는 시기가 곧 성수기가 됐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알라딘'·'겨울왕국 2'까지 디즈니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면 관객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 설날과 추석,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도 텅텅 비었던 극장이 가득 찼다. 디즈니가 한국 극장가의 새로운 흐름이 된 셈이다.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겨울왕국 2'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디즈니는 올해만 수익 100억 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 해에 100억 달러를 벌어들인 최초의 영화제작사가 된다. 최근 인수한 21세기 폭스의 수익을 더하면 1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영향력을 지녔다.
전 세계가 디즈니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 있으니 한국 또한 마찬가지일 터. 특히 한국이 북미 제외 '겨울왕국 2' 최고 흥행 국가이듯, 디즈니를 향한 한국 관객의 충성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양질의 콘텐트로 인해 생겨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지만, 한국 극장가를 뒤흔드는 디즈니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도 계속해서 쏟아진다. 충분한 가치를 지닌 영화들이 '겨울왕국 2'에 밀려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 2'가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디즈니보다 극장의 잘못을 꼬집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에서 스크린을 많이 주겠다는데 거절할 배급사가 어디 있겠나. 문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하게 몰아주기를 하는 극장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