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을 먹으며 두산 안방을 지키던 포수들이 이제는 각자의 길에서 정상을 향하고 있다. 경쟁에 스며들어 있는 끈끈한 인연은 언제나 흥미를 자아낸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32·NC)는 지난 9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총 유효표 347표 가운데 316표를 얻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타격 3관왕에 올랐고, 2018시즌 최하위던 NC를 5위로 끌어올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양의지는 이종범 전 LG 코치가 해태 소속이던 1993~1994년에 해낸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 달성에 역대 두 번째로 도전했다. 그러나 325표를 받은 유격수 부분 수상자 김하성(24·키움)에 의해 무산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양의지는 아쉬움이 없었다. 최다 득표 선수가 시상식 뒤 케이크 커팅을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민망한데)안 해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의 최다 득표를 저지한 선수가 18표를 얻은 전 소속팀 후배 박세혁(29·두산)이라는 사실을 전하자 양의지는 "아마 앞으로는 (박)세혁이가 더 많은 표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은 양의지가 NC로 이적한 상황에서도 내부 동요가 적었다. 준비된 주전인 박세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세혁은 올 시즌 풀타임을 치르며 타율 0.279·4홈런·63타점·58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를 기록했다.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N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결승타를 치기도 했다.
양의지의 최다 득표를 저지한 다른 한 포수는 한화 최재훈(30)이다. 그는 안방에서 주전 포수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타율 0.290을 기록하며 '공격형' 포수로도 손색이 없는 기록을 남겼다.
두 포수 모두 두산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최재훈은 2008년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양의지의 공백을 메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탁월한 도루 저지 능력을 발산했다. 2012년에 입단한 박세혁은 2016년부터 80경기 이상 출전하며 미래의 주전으로 인정 받았다.
세 선수는 최재훈이 2017년 4월에 한화로 이적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군 입대 시점 탓에 나란히 1군 무대에서 뛴 시간은 적다. 그러나 2012~2013시즌에는 세 선수가 1000이닝 이상 합작했다. 한 팀의 안방을 지키는 인원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도움을 줬다.
양의지는 "나와 (박)세혁이 그리고 (최)재훈이 모두 두산 포수로서 같이 고생하고 땀을 흘린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 시절 포수 조련사인 김경문 감독, 현 두산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의 지도 아래 함께 성장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의지가 빼놓지 않은 선수가 또 한 명이 또 있다. 김재환(31)이다. 원래 포수던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외야수로 전환했다. 포지션 전환 뒤 기량이 만개했지만, 양의지에게는 같은 포지션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도전 소식을 듣고 이 점을 언급한 양의지는 "계약이 잘 돼서 슈퍼 스타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남겼다.
양의지는 자신이 롤모델로 여기던 강민호처럼 골든글러브 5회 수상을 해냈다. 이제 후배들과의 경쟁이다. 자신의 말처럼 최재훈, 박세혁이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 그는 "실력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정상에서 후배들의 도전을 받으려는 의지를 전했다.
두산 출신 포수들의 최고를 향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진한 인연으로 얽힌 세 선수. 그리고 도전을 시작한 전직 포수. 리그에는 흥미를 자아낼 수 있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