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42)이 '살아 돌아온 이방원'이란 호평 속 두 번째 이방원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영화 '순수의 시대'(2015)를 잇는 JTBC '나의 나라' 속 캐릭터였다.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참여했고 그 갈증을 깔끔하게 해소했다. 지금까지 드라마 23편, 영화 20편 40여 편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식지 않은 연기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다작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장혁.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했다. 내년 방영 예정인 OCN 드라마 '본대로 말하라'에 출연한다. 단발로 인터뷰에 참여한 이유도 차기작 캐릭터 때문이었다. "내년 활약을 또 기대해 달라"면서 특유의 차분함 속 미소를 지었다.
-두 번의 이방원 연기를 소화했다. "'순수의 시대'는 영화라 러닝타임이 한정돼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없었다는 갈증이 있었는데 '나의 나라'로 해소했다. 재창조한 느낌이다. 어려웠지만 즐거웠다."
-이방원의 어떤 점에 공감했나.
"냉혹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슬픔이 큰 인물이다. 특히 아버지 이성계가 세자 책봉을 하기 전에 이방원을 압박하는 장면은 아직도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장면 중 하나다. 실제로 이방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언가를 털어놓는 모습은 더욱 소중한 장면으로 다가왔다."
-1번 주인공 자리를 내려놓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이전에도 '그리고 장혁'이 많았다.(웃음) 처음이 아니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부분 때문에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캐릭터를 보고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20대 후배 배우들과 함께했다. "양세종이란 친구는 정말 착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 우도환이란 친구는 굉장히 선명하다. 연기를 할 때 선명하게 표현하더라. 하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김설현은 극 중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희재처럼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이었다.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다작을 하고 있다. "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하고 싶다.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기도 하다. 40대에 접어드니 시나리오를 받을 때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 이런 작품이 또 나에게 들어올 수 있을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 다작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기보다 연기에 대한 소중함, 즐거움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작품을 하는 순간도, 준비하는 과정도 행복하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있다."
-자기 관리에 힘쓰고 있는 것 같다. "연습실에서 대사를 외우거나 발성 훈련을 하곤 한다. 소리를 작게 내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큰 소리의 발성은 소화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책을 소리 내 읽는 방법으로 트레이닝하고 있다."
-도전 의식도 남다르다. "예를 들어 오른쪽을 썼으면 왼쪽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왼쪽도 써야 양쪽을 다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배우도 그렇게 해야 장르를 넓힐 수 있다. 새로운 걸 도전해봐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그 생각은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모르니까 전진을 해야 한다. 주춤하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것이다."
-대사 암기 비법이 있나. "대사는 무조건 입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기 말이 되어야 현장에서 가지고 놀 수 있다. 복싱장에서 대사 연습하는 게 최고다. 복싱장이 산만하니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큰 동작을 취하면서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장면들도 많아 이런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요즘도 소속사 사무실에 자주 출근하나. "활동 반경이 집, 체육관, 회사 정도다. 고향이 부산이라 서울에 상경했을 때 사무실에서 3년 정도 살았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이 편하다. 회사에 빨리 오는 건 막내딸 유치원 데려다주고 가서 그렇다. 사무실에 가서 후배들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살펴보곤 한다. 작품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어 좋다."
-과거 래퍼 TJ로 활동했다. 가수 활동에 대한 욕심은 없나. "TJ 프로젝트는 내 의지가 아니었다. 당시엔 배우들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노래도 부르고 앨범도 내고 뮤직비디오에 출연도 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당시 영화 '화산고'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도전했다. 노래는 잘 못 부르니까, 랩을 연습해서 했던 것이다."
-JTBC '슈가맨' 측에서 섭외 오지 않나. "출연 섭외를 여러 번 받았다. 연예인들이 이곳저곳에서 그때 그 일을 언급하고, 인터넷으로 찾아서 다시 보는 친구들이 생기기도 했더라. 누군가의 앨범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래퍼 TJ로 다시 무대에 서는 일은 없을 것 같다.(웃음)"
-예능에 대한 욕심은 없나. "생각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맞으면 하는 것이다. 예능 나가면 센스가 발동해서 항상 상황을 장악하더라. 모르는 사람들과 있으면 어색해지는 성격이지만 편안한 사람들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내 본래 모습이 나온다."
-새해 소망은.
"매년 똑같은 소망이다. 이 생활이 반복됐으면 좋겠다. 배우한테 작품이 없으면 힘들다. 하고 싶은 작품이 늘 있었으면 좋겠고 가족들의 근심 걱정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