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한해를 보내고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한 KBO 리그의 '미래'들에게는 꼭 이루고픈 공통의 목표 하나가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특히 지난 11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젊은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막연했던 그 소망에 확신을 갖게 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움과 그만큼의 무게를 직접 체험하고 돌아온 덕분이다. 도쿄 올림픽 대표팀 승선은 곧 2020년에도 시즌 내내 올해를 능가하는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태극마크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올 시즌 KIA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은 문경찬이 대표적이다. 그는 "올해 시즌 도중에는 우연찮게 기회가 오고 우연찮게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내 다음 시즌에 목표가 뚜렷하게 새긴 것 같다"며 "내년에도 또 한 번 국가대표가 될 기회가 있으니 다시 한 번 뽑히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생겼다. 그게 지난 프리미어12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했다.
LG 강속구 마무리 투수 고우석도 그렇다. 그는 이미 "대표팀에서 그동안 못 만났던 다른 팀 선배들을 만나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보고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대표팀이 그에게는 또 다른 배움의 장이었다는 얘기다. 내년에도 다시 '김경문호' 승선을 꿈꾼다. 고우석은 "꼭 올림픽에 가고 싶고,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 번 대표팀에 오니 또 오고 싶다"고 했다.
동기생인 키움 외야수 이정후와 함께 최정예 국가대표팀에 발탁됐기에 더 의미가 깊다. 둘은 이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우리도 형들처럼 오래 야구를 잘 해서 국가대표를 함께 오래 해보자"는 약속도 나눴다. 고우석은 "우리 동기들이 대표팀에 꽤 빨리 온 것 같다. 오래오래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며 "이정후는 꾸준하게 3년간 실력을 보여줬으니, 내년 도쿄에 같이 가려면 내가 잘하는 일만 남았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로 지난 프리미어12 대표팀은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해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류현진(당시 한화) 김광현(SK) 김현수(당시 두산) 같은 프로 2~3년차 선수들이 국가대표 주축으로 자리를 잡게 됐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을 연상케했다. 타선이나 수비에서도 30대 베테랑 타자들보다 20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대회가 끝난 뒤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던 부분이 인상적이다. 투수와 야수에서 좋은 선수들이 새로 많이 보였다"며 "내년 8월에는 다시 잘 싸울 수 있는 새 대표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KBO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한 팀에 모이고, 그 안에 나 자신이 소속됐다는 것.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요즘 세대들은 그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고 보람을 찾는다. 젊은 선수들의 자긍심과 투지가 대표팀 전체에 건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또 국제대회 출전에 보상으로 따라 붙는 현역 등록일수처럼 현실적인 이득도 똑똑하게 잘 계산하고 활용하는 게 요즘 선수들의 특징이다.
결국은 소속팀에서의 성적에도 무형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두산 이영하는 "일단 국가대표를 해보니 '내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투수로서 자존감도 높아진 것 같다"며 "대표팀에서 좋은 분위기를 느끼면서 어떻게 해야 야구를 편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지 배워온 것 같다. 매번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쫓기기 보다 나를 믿고 좀더 편하게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태극마크가 젊은 국가대표들의 숨은 투지와 잠재력까지 한 뼘 더 이끌어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