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는 2017년 12월 결단을 내렸다. 선발 보강을 위해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던 마일스 마이콜라스(31)를 2년, 총액 1550만 달러(181억원)에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통산 평균자책점 5.32)를 경험한 마이콜라스는 2014년 겨울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3년 동안 31승을 따냈다. 명문 요미우리 선발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의 투자가 통할할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활약이 메이저리그 성공을 보장하지 않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마이콜라스는 빅리그 복귀 첫 시즌이던 지난해 무려 18승(4패)을 쓸어 담았다. 세인트루이스 선발 중 유일하게 200이닝을 소화했다.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선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랜스 린(32·텍사스) 마이크 리크(32·애리조나) 등 팀을 떠난 주축 선발 투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고 아시아 리그에서 포착한 마이콜라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지난 2월 1년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4년 연장 계약(6800만 달러·792억원)을 해 2020시즌에도 1선발이 유력하다. 남들이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아시아 리그에서 발굴한 진흙 속 진주였다.
세인트루이스는 마이콜라스 계약 이전인 2016년 1월엔 오승환(37·현 삼성)을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당시 일본 한신에서 뛰다 빅리그 진출을 시도하던 오승환을 데려가 2년 동안 불펜의 키 플레이어로 활용했다. 첫 시즌이던 2016년 무려 76경기에 등판해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코칭스태프의 중용을 받았다. 두 번째 시즌이던 2017년 부침을 보이긴 했지만 300만 달러(35억원)가 되지 않는 연봉을 고려했을 때 효율이 대단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아시아 리그와 선수에 대한 투자는 2002년 1월 다구치 소(50·현 오릭스 코치)를 영입한 게 출발이다. 오릭스에서 뛰던 다구치는 메이저리그가 크게 주목한 선수가 아니었다. 앞서 미국 무대를 밟은 신조 츠요시, 스즈키 이치로보다 스포트라이트도 덜 받았다.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파워도 없었고 타격이 정교한 유형도 아니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선뜻 3년 계약을 제시해 유니폼을 입혔다. 이후 다구치는 짐 에드먼스, J,D 드류 등 간판 외야수들의 백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줬다. 2005년 타율 0.288, 8홈런, 53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이듬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전형적인 세인트루이스 스타일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시아 쪽에 눈을 돌렸다. 세인트루이스는 자신들이 만든 적정선을 넘어가면 무리해서 오버페이하지 않는 구단이다. 이를 두고 '카디널스 웨이'라는 말까지 따로 할 정도다"며 "무리하게 FA(프리에이전트)를 잡지도 않는다. 앨버트 푸홀스(39·현 LA 에인절스)가 팀을 떠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무리한 레이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광현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올해 FA 시장에선 선발 투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잭 휠러(29)가 필라델피아와 5년, 총액 1억1800만 달러(1402억원)에 계약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워싱턴과의 잔여 계약을 파기(옵트아웃)하고 FA 시장에 뛰어들었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원소속팀 워싱턴과 7년, 총액 2억4500만 달러(2910억원)에 재계약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게릿 콜(29·뉴욕 양키스)이 투수로는 사상 최대인 9년 계약을 따내며 총액 3억2400만 달러(3846억원)에 사인했다. 메이저리그 미들마켓인 세인트루이스가 선뜻 영입할 수 없는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다르다. 왼손 선발이 필요한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했다. 김광현의 계약은 2년, 총액 800만 달러(92억원). 인센티브를 추가하면 1100만 달러(128억원)까지 오르지만 구단이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송재우 위원은 "1000만 달러(117억원)가 넘는 선수라면 (협상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 있다. 400만 달러(46억원)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연봉이다. 충분한 (경쟁) 레이스가 가능한 수준으로 본 거 같다"며 "그동안 아시아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와서 성공했던 확률이 높았던 팀이라서 김광현을 데려가는 데 있어서 팬들의 거부감도 크지 않을 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