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은 19일 오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이석환 전무가 야구단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종인 현 대표이사는 지난 1월 28일에 취임한 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다.
김종인 대표이사는 유통 분야에 젊은 브레인으로 여겨졌다. 야구단 대표이사로 발령이 났을 때, 어렵지 않게 속사정을 유추할 수 있었고 그가 자리를 오래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재임 시간 동안 역대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전임 대표이사와 달리 현장을 향해 목소리를 매우 크게 내는 정황이 포착됐다. 외부에서도 롯데 현장의 조바심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이 시점까지는 의구심만 있었다.
전반기 종료 하루 뒤, 대표이사 주도로 이윤원 단장과 양상문 감독의 교체가 이뤄졌다. 동반 사임으로 발표됐지만, 경질이 맞다. 김종인 대표이사의 작품이다. 공필성 수석 코치의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게 했고, 종료 직전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를 단장으로 앉히는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신임 단장은 오프시즌 동안 괄목할만한 퍼포먼스와 성과를 보여줬다. 김종인 대표의 입김이 닿지 않는 인사와 투자는 없었지만, 성 단장이 받는 박수가 곧 대표이사가 한 선택의 평가였다. 이전과 다른 롯데의 행보에 쇄신을 바라는 롯데 팬의 기대감은 점차 높아졌다.
김 전 대표이사가 변혁의 씨를 뿌리고 떠난다고 봐도 될까. 평가는 유보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게 한 오프시즌이 이전에도 없던 건 아니다. 새로운 논리와 이론, 참신한 인사와 시도 등 구태를 벗어나려는 행보를 한다고, 반드시 내실 있는 체질 개선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팬과 여론이 바라는 행보도 반드시 답은 아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축이 내실 있게 이뤄진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야구단, 조직은 사람에 의해 운영이 된다. 인간관계 등 무형의 요소가 작용한다. 김종인 대표이사가 자이언츠 야구단을 어느 정도 심도 있게 파악하고 급진적 변화를 추진했는지 확인이 어렵다. 분명한 건 길어야 2~3년에 불과한 대표이사 임기를 고려했을 때, 너무 많은 부분을 휘저어 놓았다는 것이다.
관심사는 향후 성민규 신임 단장이 어느 정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모인다. 메이저리그 선진 야구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실현되고 있는 모습도 분명히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도 떠난 대표이사가 선임한 사람이다. 불과 수 개월 전에 새 대표이사에 의해 현장과 프런트 수장이 교체 됐다. 아무리 자생력이 부족한 야구단이지만, 장기적 변혁을 추진한 대표이사가 1년도 안 되서 물러나고, 그가 영입한 사람들이 덩그러니 남게 된 모양새도 안타깝다.
대표이사가 좀처럼 나서지 않는 영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김종인 전 대표이사가 진정으로 자이언츠 야구단의 쇄신을 바랐고, 성 단장이 그 의지를 이어 받는 인물이라면 이석환 신임 대표이사내정자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