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이 적어도, 전매특허 액션이 없어도 존재감 하나만큼은 무조건 지켜낸다. 타고나기를 존재감 장인이다. 이번엔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여유 넘치는 '말빨'을 뽐낸 마동석이다.
마동석이 영화 '시동(최정열 감독)'에 이어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을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단 하루 차 개봉으로 사실상 동시 개봉한 두 작품에서 활약한 마동석은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극과극 캐릭터 매력을 완성, 오히려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백두산'은 한반도를 통째로 집어삼켜버릴 초유의 재난 백두산 화산폭발을 막기 위한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극중 마동석은 수년 간 백두산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로 분해 화산폭발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가설을 연구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의 흐름을 쥐고 있는 캐릭터인만큼 등장만 하면 신을 씹어 먹는다. 배우 마동석의 색다른 매력은 작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를 높이기 충분하다.
액션 아닌 브레인
불가능에 가까운 백두산 화산폭발을 막기 위해 쉴 새 없이 어려운 용어를 뱉어내고 브리핑한다.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쳤던 이전 작품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철제 서랍 하나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마동석은 매우 낯설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자신의 이론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작전을 실행하는 그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고뇌하는 ‘브레인’으로서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잠시, 흡인력 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다시 한 번 스크린 속 마동석에게 집중하게 한다.
극한 상황 속 보여주는 인간미
국가의 수장 앞에서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따뜻한 면모를 가진 모습으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언제든 눈앞에 닥친 상황을 외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지만 결국은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책임을 다하고야 마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는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적재적소 유머코드·케미스트리
마냥 진지한 모습만은 아닌, 어딘가 허술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의 개그코드 또한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과 임산부인 지영(수지), 강봉래는 직업과 나이 등 교집합이 전혀 없지만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발산시키며 유머까지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는 마동석이 존재한다. 유경과 지영의 사이에서 묵직하게 본인의 자리를 지키며 뱉어내는 유머는 마동석 특유의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코드를 더해 업그레이드 되어 극에 재미를 더한다.
리얼리티 높인 비주얼 변화
비주얼적인 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학자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괴짜 같은 의상과 얇은 테 안경은 마동석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 하나의 장치. 그는 교수라는 배역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소품을 직접 착용해보며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교수는 처음이다. 현실감과 유머, 인간미는 물론이고 비주얼까지 두루 갖춘 지질학자 ‘강봉래’는 마동석이 만들어낸 역대급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배우 마동석이 보여준 연기도 다양했다. 한 나라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직면해 느끼는 갈등과 고뇌는 그의 깊은 감정선을 엿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