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유통 빅3'의 수장이 모두 새 얼굴로 채워졌다. 불황 속 e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생활이 재편되면서 각 기업이 위기 대응을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수장들은 정부 규제로 신규 출점에 제동이 걸린 탓에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정리하면서 신사업을 발굴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제2의 도약 나선 롯데쇼핑…e커머스 강화 사활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롯데그룹을 끝으로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모두 연말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올해 연말 인사의 특징은 수장의 전면 교체다.
먼저 맏형인 롯데그룹은 유통계열사 중 8개 계열사에서 수장을 교체했다. 비율로 따지면 66.7%다. 최근 십수년간 보지 못했던 대규모 인적 쇄신이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롯데쇼핑이다.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문을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하면서 기존 대표이사 체제를 강희태 신임 유통BU장 단독 체제로 바꿨다. 또 사업부로 남게 되는 계열사 수장 자리는 모두 전무급으로 채웠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는 이영구 롯데칠성 대표가 주류 부문 대표를 겸임한다. 주류부문을 맡아 온 김태환 대표는 실적 책임을 안고 물러났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는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내정됐다. 이갑 호텔롯데 면세점사업 대표(부사장)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이번 인사로 롯데쇼핑은 신 회장과 강 BU장 '투톱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BU장은 2020년까지 약 3조원이 투입되는 온라인 대응 프로젝트를 내세워 부진한 유통부분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울러 강 BU장은 침체된 롯데 오프라인 채널 운영의 분위기 반전도 이뤄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고급 브랜드에 집중해 프리미엄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가격 인하 정책보다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통 큰' 파격 가격 전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수장 전면교체…새 판 짜는 신세계·현대
신세계그룹도 연말 인사에서 수년간 장수했던 이마트·신세계백화점 최고경영자를 모두 교체했다.
6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갑수 대표가 물러나고 창사 이래 첫 외부 인사인 컨설팅사 출신 강희석 대표를 임명해 분위기를 일신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연임이 유력시됐던 장재영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차정호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차 신임 대표의 과제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철수에 따른 매출·수익 공백을 메울 대전 사이언스콤플렉스의 성공적 론칭이다. 대전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로 백화점·호텔·과학시설·전망대(193m)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과학과 엔터테인먼트·쇼핑·관광 등이 결합한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목표다.
강희석 이마트 신임 대표는 취임과 동심에 대대적인 사업개편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올해 뼈아픈 성적표를 받은 이마트는 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 등 주요 사업은 키우고 부츠·삐에로쑈핑 등 실적이 부진한 사업은 순차적으로 정리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사장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인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가 새 사장이 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형종 신임 사장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여는 오프라인 매장 6곳의 실적 견인과 함께 적자를 이어가는 면세사업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유통업계의 현실이 어렵고 향후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며 "위기 속에 등장한 신임 대표들이 내년부터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분위기 반등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