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메이저리그에서만 374경기에 출전한 행크 콩거(31·한국명 최현)를 배터리 코치로 영입했다. '육성' 강화를 내실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지도자 선임이 이어지고 있다.
콩거 신임 코치는 국내 야구팬에도 익숙하다. KBO 리그 출신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이어졌을 때, 이미 빅리그에서 데뷔한 이민 3세로 종종 소개됐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였고, 2013~2014시즌에는 크리스 이아네타의 백업 포수를 맡았다. 이듬해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에도 514⅔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2016년 탬파베이, 2017년 애리조나 마이너리그팀에서 뛴 뒤 미국 무대를 떠났다. 지난해는 멕시코 리그에서 뛰었다. 최근까지 미국에 있는 고교에서 코치로 활동했다고 한다.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 그를 롯데가 놓치지 않았다. 빅리그에서만 2597이닝 동안 안방을 지킨 전문가의 노하우가 소속팀의 젊은 포수들에게 전수되길 바랐다.
현역 시절 화려한 이력이 반드시 좋은 지도자가 되는 조건은 아니다. 콩거 코치도 외인 선수들처럼 새 환경에 적응이 필요하다는 변수가 있다. 그러나 롯데에는 타이밍과 방향성 모두 바람직한 영입이다.
일단 변화가 필요했다. 2019시즌에 롯데의 배터리 코치를 맡았던 최기문 코치는 결코 실력이 나쁜 지도자는 아니다. 전임 주전 강민호의 급성장에 도움을 줬고, 다섯 시즌 동안 강팀 NC의 포수진을 지도했다. 그러나 나종덕, 김준태, 안중열 등 젊은 포수의 기량 향상은 이끌지 못했다. 포구는 원래 역량보다 더 퇴보한 모습까지 보였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폭투를 기록한 불명예에 지분이 있다.
롯데 포수들은 젊다. 아직 코칭으로 기술과 기본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 전임 코치의 방식이 선수들과 맞지 않았다면 다른 지도자를 내세우는 게 길이다. 기존 선수들의 내성적 성격을 감안하면 20년 이상 선배인 최 코치보다 유연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이력을 갖춘 지도자가 나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지성준이 합류하긴 했지만, 기존 선수들의 성장도 절실한 상황. 지도자 교체는 필요했다.
롯데는 이미 메인 투수 코치 선임도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허문회 신임 감독은 노병오(36) 코치를 내세웠다. 현역 시절 1군 출전은 56경기에 불과하고, 지도자는 2019시즌에 키움 2군을 맡은 게 전부다. 다른 구단은 저명한 지도자가 마운드 운영을 총괄한다.
허 감독은 그가 강조한 야구 철학을 그라운드에서 구현하는데 노 코치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로 논쟁하고 보완하며 시너지까지 낼 수 있다고 본다. 자료 활용 및 분석에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신설된 R&D(Research&Development) 파트와의 협업에 가교가 될 수 있다.
롯데는 이미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번갈아 투수 코치를 맡았다.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변화를 시도하는 자체도 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교정과 조언에 유연한 젊은 투수들은 노 코치와의 호흡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당장 허문회 감독도 기술 전수보다는 존중과 심리 관리 능력이 뛰어났던 지도자다. 전과 다른 분위기의 지도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