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려고 하면 유난히 층간소음이 거슬릴 때가 있다. 이는 층간소음이 커진 것이 아니라 우리 집의 소음이 줄어든 탓이 크다.
기술집약형 벤처기업 아큐리스의 이정환 대표가 이런 스트레스성 소음을 중화시켜주는 기술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미 효과가 입증돼 공공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아큐리스의 ‘소음중화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25일 아큐리스에 따르면 최근 개관한 인천시 연수구 동춘나래 도서관에 소음중화시스템 ‘아큐마스터’를 도입, 개방형 도서관의 취약점인 소음 확산 문제를 개선했다.
동춘나래 개방형 도서관은 개방형 도서관 특성상 소음을 차단하는 구조물이나 칸막이가 적기 때문에 조용한 실내에서는 작은 소리조차 소음으로 느껴지기 쉬워 대책을 고민해 왔다.
이정환 대표는 “동춘나래 도서관은 반응이 아주 좋다. 시스템 전원을 켰을 때와 껐을 때의 차이가 바로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인천시 연수구 자체에서 다른 도서관에 추천해줄 정도”라고 말했다.
소음중화시스템은 소란스러운 주변 소음을 중화시켜 환경을 개선하는 제품이다. 생활 공간에서 이용자들의 소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정서적 안정감, 집중력 향상, 개인 프라이버시 향상, 생산성 및 효율성 증대 등의 효과를 제공한다.
실제로 과거 한국산업 및 조직심리학회 연구 결과에서 소음이 줄어들면 만족도가 174% 올라가고, 집중력이 47.7% 향상되며, 효율성도 33.3%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는 ‘사운드마스킹’이라는 기술이 적용된다. 미국에서 1960년대 처음 개발돼 처음에는 도청 방지나 회의실의 대화 소리를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됐다.
지금은 주로 도서관에서 사용되는 기술이 됐다. 최근 오픈형 도서관이 많이 생기며 걸어 다닐 때 발소리나 볼펜 딸깍거리는 소음 등 작은 소음까지 신경 쓰이지 않도록 한,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조치다. 또 병원 병실 내에도 적용, 신음에 잠을 못 자는 환자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기술은 10여년 전 우리나라에도 해외 기술들이 들어와 공공도서관이나 콜센터 등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산 시스템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아큐리스가 유일하다. 소음중화가 아닌 ‘화이트노이즈 제너레이터’ 정도가 국내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큐마스터’는 도서관·콜센터·민원실·상황실·은행 창구·병원·학교·식당·카페 등 다수의 사람과 장비들이 다양한 소음이 발생하는 곳에 적용해 소음을 감쇄시킴으로써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고객에게 질 높은 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음 환경 개선 시스템이다.
아큐마스터의 큰 특징은 소음 자동 교정 기능으로 주변 환경과 소음을 자동으로 수집해 사람이 듣기 편안한 주파수를 생성해준다는 것이다. 주변 소음의 크기에 따라 별다른 조작 없이 자동으로 마스킹 레벨을 조절해주기도 한다.
현재 아큐마스터는 동춘나래 도서관 외에도 국민은행의 통합IT센터와 부산관광공사, 호텔 여기어때, 서울대 창업성장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층간소음’의 대책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전까지는 아파트 벽이나 바닥을 덧대는 등 건축적인 대안이 제시됐다면 사운드마스킹은 비건축적으로 층간소음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공동주택 층간소음 정책토론회에서 ‘사운드마스킹’이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층간소음에 일부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층간소음은 윗집의 소리가 커서가 아니라 우리 집이 조용해서 느껴지는 소음이 크게 들리는 거다. 이 시스템을 우리 집에 설치하면 일정한 소리를 내주는데, 사람이 듣기 편안한 정도의 소음이다. 그래서 층간소음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 안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아직 비용적인 문제가 있고 최근 아파트 주변 도로나 주차장에 설치되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국내에서도 사운드마스킹이라는 개념이 알려지면서 아큐마스터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