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우리카드 감독. KOVO 제공 우리카드는 반환점을 2위로 마쳤다. 사령탑은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카드는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창단 처음으로 봄 배구에 진출했다. 신영철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 만에 쾌거를 안겼다. 트레이드로 세터 노재욱을 영입하고, 젊은 공격수의 성장을 유도했다. 중앙은 외부 영입으로 보강했다. 완전히 새 판을 짰고, 개인 능력과 조직력이 조화를 이루는 팀을 만들었다. 반전을 보여줬다.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개막 직전 외인 선수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지난 시즌 주포던 아가메즈의 이탈은 치명적인 변수로 여겨졌다.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컨텐더 팀이 아니었기에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1라운드부터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다. 대한항공과 1, 2위를 다퉜다. 3라운드 2차전부터 연패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지난 19일 대한항공과의 풀세트 접전에서 승리하며 다시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이 대체 외인 다우디를 영입한 뒤 정상 궤도에 오르며 2위까지 치고 올라섰지만, 우리카드는 25일 한국전력전에서 승수를 추가하며 다시 현대캐피탈을 끌어내렸다.
토종 에이스 나경복의 플레이가 성숙해졌고, 황경민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도 가속도가 붙었다. 리베로 이상욱이 이끄는 수비도 조직력이 좋다. 우리카드는 전망을 비웃었다.
신영철 감독은 더 위를 바라본다. 전반기를 돌아본 그는 "결정을 지어줘야 하는 순간에 해내지 못한 순간이 많았다"며 "그런 모습이 이어지면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전에서는 어렵다. 더 정교한 배구가 필요하다"고 총평했다.
사진=KOVO 제공 국내 선수들의 성장으로 리그 2위에 올랐다. 감독은 이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80~90점은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3위권 수성, 포스트시즌 선전을 위해서는 상위 팀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신 감독은 지난 14일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 패전 뒤에도 "선수 개개인이 공을 다루고,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 상대가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사기가 저하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지만, 감독은 선수들이 현실을 직시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나부터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스스로에도 채찍을 가했다.
신 감독은 지난 3월 18일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패한 뒤 "선수들이 '우리도 봄 배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고 했다. 올 시즌 전반기를 치르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본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 차이를 인정하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강조한다. 후반기 과제로 삼자는 얘기다. 신 감독에게서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의 양강 구도를 깨려는 의지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