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공식적으로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다. 등 번호는 여전히 '99'. 구단 사상 최초의 99번 선수다.
토론토 구단은 2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왼손 투수 류현진과 4년 계약을 했다. 류현진은 2019년 평균자책점 2.32로 1위에 오른 선수"라며 "우리의 새로운 가족, 류현진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류현진이 구단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는 사진을 함께 올렸고, '류현진'이라는 한글 이름도 영문 이름 바로 아래 표기했다.
이어 류현진의 영문 성인 'RYU'와 등 번호 '99'가 선명하게 새겨진 새 유니폼이 토론토 선수단 라커룸에 걸려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1977년 창단한 토론토에서 등 번호 99번을 달게 된 선수는 류현진이 처음이다.
류현진이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달러(약 929억원)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지난 23일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을 통해 일제히 전해졌다. 류현진은 성탄절인 25일 오전 아내인 배지현 전 MBC 스포츠+ 아나운서와 함께 출국해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일사천리로 계약서에 사인한 뒤 입단 기자회견까지 마쳤다.
이로써 류현진은 토론토 구단 사상 가장 큰 규모의 FA 계약을 한 투수로 남게 됐다. 이전까지 토론토는 2006년 A.J. 버넷을 영입하면서 5년 5500만달러를 쓴 게 최고 지출이었다. 류현진의 계약은 총액(8000만달러)과 평균 연봉(2000만달러) 모두 버넷의 계약을 넘어선다. 토론토를 거쳐간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러셀 마틴(5년 8200만달러)과 버논 웰스(7년 1억2600만달러)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류현진은 또 역대 한국인 투수 프리에이전트(FA) 최대 규모 계약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최고 금액은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지난 2001년 12월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5년 6500만달러다. 역대 한국인 FA 가운데 연 평균 금액으로는 최고액이기도 하다. 종전까지 FA 최대 규모 계약은 외야수 추신수가 2013년 12월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7년 1억3000만달러(1년 평균 1857만달러)였다.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류현진은 한국 야구선수의 역사를 다시 쓰는 대박 계약으로 최고의 시즌에 걸맞은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에이스 부재로 고통 받던 토론토에게도 류현진과의 계약은 선물이나 다름없다. 취약한 선발진 탓에 한숨을 내쉬던 토론토 팬들은 구단이 A급 FA 선발 류현진을 영입했다는 소식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전반기를 토론토에서 뛴 오승환(삼성)에 이어 구단 역대 두 번째 한국인 투수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등 번호 99번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전까지 토론토 소속 빅리그 선수가 쓴 등 번호 가운데 가장 큰 숫자는 1991년 르네 곤살레스가 달았던 88번이었다. KBO 리그 한화에서 7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7년을 각각 합쳐 총 14년간 99번을 달았던 류현진이 구단 사상 첫 99번 선수로 기록되는 셈이다.
캐나다에서 99번은 스포츠 역사에서 아주 특별한 번호이기도 하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등 번호라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2000년 그레츠키의 99번을 현재까지 유일한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42번을 전 구단 영구 결번한 것과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