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본격화하면서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이 25일 성탄절을 맞아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집안의 물건을 부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3일 누나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선제공격에 나선 바 있다.
조 회장은 이 발표와 관련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이후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집을 빠져나가던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이 깨지고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내년 3월쯤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는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는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며,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6.47%)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한진그룹 측은 "집안에서 소동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일이라 확인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