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서울 상암 CJ ENM에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일 오전에 일정을 알리고 긴급히 취재진을 모아 준비한 자리였다. Mnet '프로듀스' 시리즈 4인 '프로듀스X101'은 지난 7월 19일 종영 직후 순위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조작 의혹에 처음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다가 점점 경찰 조사 과정에서 조작 의혹 정황이 들어나고 제작진이 일부 시인하면서 CJ ENM은 사과문을 냈다.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를 한 건 논란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민적 공분이 컸고, 많은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CJ ENM은 유독 사과엔 조심스러웠다.
이날 CJ ENM 대표이사 허민회는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팬들과 시청자 여러분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입니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서둘러 긴급 기자회견을 했지만, 그동안 사과문이 담긴 보도자료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 했다. 허민회 대표는 "프로듀스 시리즈 등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습니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과 대안은 없었다.
이어 허민회 대표는 "순위 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이익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어놓겠습니다. 그러면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구체적인 기금 및 펀드 조성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세부안이 확정되는대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한편 '프로듀스 101' 전 시리즈 조작 내용이 불거지면서 제작진 일부는 구속기소 됐다. 해당 제작진은 Mnet에서 직무 정지 상태로, 재판이 끝나면 징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제작진이 시즌1 1차 투표에서 60위 밖의 연습생을 다시 60위 안에 들이고 이를 끝까지 방송에 내보내 CJ ENM 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제작진은 시즌2에서도 60위 밖 연습생을 다시 60위 안으로 넣었고, 4차 최종 생방송 당시 11위 밖 연습생 1명을 안으로 넣어 워너원으로 데뷔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즌3 데뷔조인 아이즈원의 경우 제작진이 멤버 12명의 순위를 임의로 정해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전속계약 및 활동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즌4 데뷔조인 엑스원은 이번 사태로 활동 자체를 잠정 중단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