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박세완 기자 park.sewan@jtbc.co.kr / 2019.12.30/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구체적인 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
CJ ENM이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 사태와 관련해 알맹이가 빠진 답답한 대국민 사과극을 연출했다. 논란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구체화된 대안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죄한다는 말 보다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 해 죄송하다"는 말을 더 많이 했다.
30일 오후 3시 서울 상암 CJ ENM에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당일 오전 일정을 알리고 긴급히 취재진을 모아 준비한 자리였다. 대표 이사까지 대동해 긴급 기자회견을 했지만 향후 피해자에 대한 조치와 대응 방안에 대해선 무성의한 답변만 늘어놨다.
이날 CJ ENM 대표이사 허민회는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보고 읽기만 했다. 두 번의 고개 숙인 사과까지 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갔다.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 시간엔 참석하지 않았다.
허민회 대표는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 팬들과 시청자 여러분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심정이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이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거듭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서둘러 긴급 기자회견을 했지만, 그동안 사과문이 담긴 보도자료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 했다. 허민회 대표는 "프로듀스 시리즈 등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과 대안은 없었다.
이어 허민회 대표는 "순위 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이익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어놓겠다. 그러면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라며 "구체적인 기금 및 펀드 조성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세부안이 확정되는대로 다시 알려드리겠다"라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 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박세완 기자 park.sewan@jtbc.co.kr / 2019.12.30/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엔 사진과 영상 기자를 내보낸 후 진행했다. 허민회 대표이사의 빈 자리를 신윤용 커뮤니케이션담당과 하용수 경영지원실장이 채웠다. 하지만 질의응답은 사실상 진행하는게 무의미했다. 원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 해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면서 대부분의 질문에 "수사 중인 상황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거나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 하는 점 양해부탁드린다. 구체적인 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반복적인 대답을 했다.
피해 연습생에 대한 보상 부분에 대해 "금전적으로 이들이 향후 활동하는 부분에 지원할 계획이다. 피해자가 확정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보상 부분을 말씀드리지 못 하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추후 아이즈원 또는 엑스원 멤버로 활동하길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기존의 소속사와 멤버들과 추후에 협의해서 판단하겠다"라고 했다. 아이즈원이 이번 사태로 잠정 사태를 중단했는데 이를 활동 기간에 포함시켜 계약을 단축 시켜줄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검토하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돌 학교' 조작 의혹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보상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수사 중인 상황이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반복된 답을 했다.
이날 질의응답을 통해 확실하게 확인한 CJ ENM의 입장은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조속히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원한다는 점이다.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활동을 재개한다는 전제가 답변에 깔려있었다. CJ ENM 측은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팬들도 근황을 궁금해하는 것으로 안다. 활동을 조속히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 중 그룹 활동을 원하지 않는 멤버 또는 소속사가 있다면 깔끔하게 계약서상 문제 없이 놓아줄 것이냐는 질문에 "활동 재개에 있어서 멤버, 소속사와 협의하고 있다. 멤버들과 소속사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선 충분히 고려해서 협의를 하고 확정되는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K콘 등 CJ ENM에서 진행하는 K팝 사업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CJ ENM 측은 "이번 일은 개인의 일탈이다. K팝의 지원이든 알려야하는 건 적극적으로 할거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로듀스 101' 전 시리즈 조작 내용이 불거지면서 제작진 일부는 구속기소 됐다. 해당 제작진은 Mnet에서 직무 정지 상태로, 재판이 끝나면 징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제작진이 시즌1 1차 투표에서 60위 밖의 연습생을 다시 60위 안에 들이고 이를 끝까지 방송에 내보내 CJ ENM 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제작진은 시즌2에서도 60위 밖 연습생을 다시 60위 안으로 넣었고, 4차 최종 생방송 당시 11위 밖 연습생 1명을 안으로 넣어 워너원으로 데뷔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즌3 데뷔조인 아이즈원의 경우 제작진이 멤버 12명의 순위를 임의로 정해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전속계약 및 활동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즌4 데뷔조인 엑스원은 이번 사태로 활동 자체를 잠정 중단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