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는 최근 양키스만 만나면 고전했다. 2018년 상대 전적이 6승 13패, 올 시즌에도 8승 11패로 밀렸다.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멀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지구 라이벌 양키스전 결과였다. 두 시즌 연속 양키스전 실점만 총 100점을 넘었다. 경기당 평균 실점이 5.2점 이상. 마운드가 버텨내질 못했다.
우위를 점했던 시절도 있었다. 2016년 12승 7패로 압도했다. 그러나 이듬해 10승 9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넘겼고 2018년부터 전세가 역전됐다. 그 중심에는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27)가 있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한 저지는 그해 27경기에 출전해 예열을 마쳤고 이듬해 간판타자로 올라섰다. 이후 토론토만 만나면 무시무시한 괴력을 선보였다.
기록이 말해준다. 저지의 2017년 토론토전 타율은 0.359(64타수 23안타)이다. 시즌 전체 홈런(52개)의 약 19%인 10개를 토론토전에서 때려냈다. 상대 장타율이 무려 0.891. 2018년에는 부침을 보였다. 개인 성적이 떨어지면서 토론토전 위력도 반감됐다. 그러나 맞대결에서 홈런 4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상대 타율 0.404(52타수 21안타)로 정점을 찍었다. 출루율(0.492)과 장타율(0.673)을 합한 OPS가 무려 1.165였다. 통산 토론토전 홈런이 18개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2위 볼티모어 15개) 중 가장 많다.
저지의 등번호는 99번이다. 양키스 구단 역사상 등번호 99번 유니폼은 희귀 아이템에 가깝다. 착용한 선수가 1952년 찰리 켈러와 2009년 브라이언 브루니 그리고 저지밖에 없다. 데뷔 당시 원했던 번호는 44번과 35번. 개인 SNS 주소에 44가 들어갈 정도로 애착이 있지만, 양키스는 44번(레지 잭슨)이 영구결번이다. 35번은 빅리그 데뷔 당시 투수 마이클 피네다(현 미네소타)가 사용 중이었다. 결국 99번을 처음 달았고 줄곧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99번은 토론토가 가장 두려워하는 번호로 자리 잡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겨울 토론토는 사상 첫 '99번' 선수를 영입했다. 바로 류현진이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등번호 99번을 단 선수는 저지와 류현진, 타이후안 워커(애리조나) 키넌 미들턴(LA 에인절스) 네 명.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착용한 99번 유니폼을 토론토에서도 입는다. 캐나다를 연고로 한 토론토에서 99번은 상징성이 크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는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 1977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토론토 구단에서 단 한 명도 달지 못한 번호이기도 하다.
토론토는 류현진에게 4년, 총액 8000만 달러(928억원)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8000만 달러는 토론토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계약 규모다. 2006년 12월 7년, 총액 1억2600만 달러(1464억원)에 사인한 외야수 버논 웰스, 2014년 11월 5년, 총액 8200만 달러(953억원)에 영입한 포수 러셀 마틴 다음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야수. 투수 중에서는 류현진의 이번 계약이 단연 최고액이다. 휘청거린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99번' 류현진을 선택했다.
2020시즌 토론토는 지구라이벌 양키스 벽을 넘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저지가 있다. 에이스로 선봉 역할을 맡을 류현진에게도 쉽지 않은 벽이다. 통산 성적이 3타수 2피안타(1피홈런) 1타점. 저지와 벌일 '99번' 맞대결은 토론토의 한해 농사를 좌우할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