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저가 엔씨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을 크로스 서비스 퍼플을 통해 PC에서 즐기고 있는 모습. 엔씨 제공 2019년 게임업계에서 주목되는 움직임 중 하나가 모바일 게임의 PC 서비스다. 모바일뿐 아니라 PC에서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크로스 서비스 게임이 잇따라 선보였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최신작 ‘리니지2M’을 시작으로 넥슨의 야심작 ‘V4’,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붕괴3rd’ 등이 모바일·PC 두 플랫폼에서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크로스 서비스에 나섰다. 이처럼 다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하는 크로스 게임에 대해 유저들도 반색하면서 2020년에는 다수의 크로스 게임이 선보일 전망이다. 게임업체들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정체 등 위기 타개책으로 다플랫폼의 크로스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리니지2M, 퍼플 타고 PC로…유저들 “몰입감 최고”
엔씨는 지난달 말 모바일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리니지2M’ 출시와 함께 크로스 서비스 ‘퍼플’을 내놓았다. PC에 퍼플을 설치하면 리니지2M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게 전용 크로스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엔씨가 처음이다.
유저는 퍼플을 통해 PC에서 리니지2M을 플레이하면 압도적이고 생생한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다. 최신 모바일 기기 해상도보다 높은 4K급(3840×2160)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시야 거리도 최대 200% 증가해 게임 속 월드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고, 무기 및 갑옷 장식 등의 높은 디테일을 확인할 수도 있다.
또 퍼플은 키보드·마우스에 최적화된 조작 시스템을 제공해 빠르고 민첩한 플레이가 가능하고, 보이스 채팅까지 가능한 메신저도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스트리밍 영상을 보다가 파티원으로 레이드 현장에 합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엔씨의 크로스 서비스 퍼플을 통해 PC에서 구현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IS포토
퍼플을 이용하면 모바일에서 구현하기 힘든, PC 플레이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저들은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리니지2M을 제대로 즐기려면 꼭 퍼플을 설치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유저들은 높은 그래픽 퀄리티와 최상의 퍼포먼스 구현 등으로 높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채팅 기능으로 유저 간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공지사항 등 주요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 편의성도 만족스러워했다.
대부분의 게임 BJ와 크리에이터들이 리니지2M 방송을 모바일이 아니라 퍼플을 사용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김현호 엔씨 플랫폼사업센터장은 “고 퀄리티 게임으로 출시한 리니지2M은 퍼플을 통해 PC에서 플레이했을 때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씨는 퍼플에 라이브 스트리밍·자동 번역 등의 기능을 추가해 유저의 PC 플레이 재미를 더욱 높이고, 퍼플 적용 게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현호 센터장은 “앞으로 출시할 신작 게임은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할 계획이다”며 “엔씨 게임을 해외에 론칭할 때 퍼플도 함께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V4·붕괴3rd 등도 PC 지원…2020년 다수 출시 전망 넥슨 자회사 넷게임즈의 `V4` PC 버전 모습. 넥슨 제공 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도 지난 12일 모바일 MMORPG ‘V4’의 PC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이 버전은 스마트폰 앱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에뮬레이터가 아닌 PC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받아 즐길 수 있다.
손면석 넷게임즈 PD는 “모바일 MMORPG의 콘텐트가 PC 게임 수준으로 방대해지고,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경계를 허문 플레이를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 PC 버전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손 PD는 “V4 PC 버전이 기존 PC 온라인 게임을 뛰어넘는 그래픽 품질과 성능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도 했다.
미호요는 지난 26일 모바일 게임 붕괴3rd의 PC 버전을 한국을 비롯해 북미·유럽에 정식 출시했다.
유저는 PC 클라이언트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인류를 위협하는 에너지 ‘붕괴’에 맞서는 여성 전사 ‘발키리’의 전투를 PC에서 즐길 수 있다.
류웨이 미호요 대표는 “붕괴3rd PC 버전은 타이틀의 진정성과 몰입감을 유지하고 컨트롤과 UI(사용자 환경)를 최적화해 가장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미호요가 최근 선보인 모바일 게임 ‘붕괴3rd`의 PC 버전. 미호요 제공 다른 게임사들도 모바일 게임의 PC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A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내년에 신작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데, PC 버전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우리뿐 아니라 많은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 개발 시 PC 크로스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이 모바일·PC 크로스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모바일 게임 개발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은 기술 진화로 PC 수준의 그래픽 및 퍼포먼스 구현이 가능해졌고, 대형화되면서 개발비가 많이 들어간다.
B 게임사 관계자는 “요즘 모바일 게임은 많은 개발 인력과 기간, 비용 등을 들여 대작 PC 게임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공들인 게임을 모바일에서만 서비스하는 건 아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정체기에 빠진 것도 게임사들이 크로스 게임에 주목하는 이유다.
A 게임사 관계자는 “몇몇 인기 게임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면서 신작이 성공하기 매우 어려워졌다”며 “모바일 시장에만 기댈 수 없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