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슈가맨으로 남을 뻔한 양준일이 30년만에 한국에 돌아와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뉴트로'(새로운 레트로) 열풍의 아이콘으로 혜성같이 등장, 방송가와 광고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금의 인기에 양준일은 "놀라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아티스트로 대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양준일은 지난 12월 6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출연 이후 쏟아지는 러브콜에 미국 플로리다 생활을 접고 국내 활동에 매진 중이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음원이든 뮤지컬이든 원하는 것을 다 해보고 싶다. 여러분이 날 원할 때까지 다 해보고 싶고 이젠 내가 행복을 나눠드리고 싶다"고 말했던 대로,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중이다. 최근엔 롯데홈쇼핑의 유료회원제 서비스 엘클럽 광고 모델로 발탁돼 생애 첫 CF를 촬영했다. 인기곡 '리베카'를 개사해 퍼포먼스를 추는 모습이 유튜브로 선공개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12월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팬미팅 '선물'도 전석 매진됐고 팬카페 가입자수도 5만5000명 이상으로 놀라운 증가 폭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한파 특보가 내려진 팬미팅 당일 이른 오전부터 공연장 앞을 찾은 팬들의 모습도 포착돼 아이돌 못지않은 양준일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굿즈로 출시된 응원봉과 텀블러를 사기 위한 줄도 이어졌다. 공연장 입구에는 팬들의 기부 화환이 자리했고 팬카페에서 제작한 양준일 등신대가 반겼다. 1990년대 '판타지' 활동 때부터 2019년 '슈가맨' 출연 모습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양준일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팬미팅 '선물'에 앞서 기자간담회로 만난 양준일은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겼다. 1990년대 활동 당시 재미교포라는 이유로 받았던 차별에 대한 아픈 상처가 30년 만에 봉합되고 있는 듯했다. 마이크를 잡은 양준일은 "다들 저 보러 온 것 맞나?"라고 취재열기에 놀라워했다. 또 "말이 나오질 않는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다"면서 "한국에 들어와서 계속 놀라고 있다. 대한민국이 날 받아줬다.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노력을 해왔는데 그러한 내 과거가 더이상 날 괴롭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정말 감사하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헷갈린다. 일주일 전만해도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이었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니 믿기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나를 아티스트로 봐주시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받아들이고 그 이미지에 맞춰가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손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고 웃었다. 또 "한국을 좋아해서 가수 활동 하지 않을 때도 영어강사로 일했다. 한국을 떠났을 때엔 다신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음은 한국을 향해 있었다. 한국을 떠난 것이 잘한 결정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살았다. '슈가맨' 출연을 굉장히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용기를 내어 활동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양준일은 팬들의 무한한 사랑에 감동했다. 입국 하는 당일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장식했던 '환영해요 양준일' 검색어 이벤트, 유명 쇼핑몰이 있는 지하철 역에 실린 옥외광고 등을 기억했다. "중고시장에서 과거에 내가 낸 음반이 고가에 팔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20대 때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상상도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어 정말 감사할 뿐이고 솔직히 신기하다"고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에 울컥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