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분이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면, 십수 년 동안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고 몸 관리에 탁월했으며 정신적으로 강인했다고 볼 수 있다. 60년 전 잉글랜드 프로 축구단 리버풀의 감독이던 빌 샹클리 감독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단일 시즌 신기록 도전은 선수의 폼이 좌우한다. 개인 통산 누적 기록은 클래스를 결정한다.
2020시즌을 기다리는 야구팬은 개인 통산 기록에 주목해야 한다. 매 경기 신기록이던 안타 부문은 종착점을 앞두고 있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세이브 기록을 두고 1982년생 동갑내기 투수들이 경합한다. 타격 기계 3인의 경쟁도 변곡점을 맞았다. 현역 최고 홈런 타자의 도전도 시작된다.
박용택(41·LG)은 2년 전 LG와 FA 재계약을 하며 은퇴 시점까지 예고했다. 이적도, 계약도 없을 것이라며 말이다. 그의 현역 생활은 2020시즌까지다. 걷는 길이 역사인 선수다. 2018년 6월 23일 롯데전에서 종전 개인 통산 안타 1위 기록(양준혁·2318개)을 깼다. 이후 안타를 칠 때마다 신기록이 됐다. 2019시즌까지 2439개를 쳤다.
지난 시즌은 옆구리 부상, 활용도 저하로 안타 생산이 줄었다. 2008년 이후 11시즌 만에 100안타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기량 저하를 의심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무형적인 요인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O 리그의 신기록이 2600개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 오승환. IS포토 오승환(38·삼성)이 복귀하면서 개인 통산 세이브 경쟁도 재점화됐다. 현재 KBO 리그 역대 최다 기록은 오승환이 2005~2013시즌까지 기록한 277개다. 해외 무대를 포함한 커리어 통산 기록은 399개지만, KBO 리그 기록은 277개부터 다시 쌓인다.
손승락(38)이 271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에 오승환의 기록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였지만, 부진 탓에 자리를 내줬다. 차기 시즌에 마무리투수를 맡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도 현역 황혼에 있고, 기록 경쟁자까지 돌아왔기에 그 어느 시즌보다 도약 의지가 클 전망이다.
오승환은 도박 관련 징계(72경기 출장 정지)로 시즌 출발이 늦다. 그사이 손승락이 따라잡는다면 최종 승자와 기록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통산 타율은 고(故) 장효조가 보유한 역대 1위(0.331) 기록을 현재 2위권에 있는 현역 선수들이 넘긴 어려워 보인다. 이정후(22·키움) 등 새 시대 주자들이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손아섭(32·롯데), 김태균(38·한화), 김현수(32·LG)가 현역 최고 타격 장인을 두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은 흥미를 자아낸다.
2019시즌까지 김태균이 0.3234, 손아섭이 0.3222, 김현수가 0.3207을 기록하고 있다. 세 선수 모두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에 영향을 받았다. 예년보다는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일종의 변수이자 변곡점이다. 김태균이 40대에도 현역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해도 2020시즌은 이 경쟁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최정(33·SK)은 역대 개인 홈런 부문에서 2위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현재 현역 최다인 335개를 기록 중이다. 역대 5위. 이호준(337개), 장종훈(340개) 코치에 이어 양준혁(351개)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이 모두 가시권이다. 1위는 467개를 기록한 이승엽 KBO 홍보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