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네 번째 '농구영신'이 지난해 12월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2016년 12월 31일 처음 시작된 이후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프로농구(KBL) 비장의 카드로 자리매김한 농구영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박'을 쳤다. 2018년 마지막 날 창원에서 맞붙었던 '낙동강 더비' 주인공 창원 LG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부산 kt는 역대 농구영신 최다 관중 달성과 함께 84-66 승리를 거머쥐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kt는 이날 경기 전까지 허훈(24)의 부상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5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러나 오랜만에 사직을 꽉 채운 만원 관중 앞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고 2020년을 희망 차게 시작하는 경기가 됐다. 서동철(51) kt 감독도 "정말 많은 관중분들이 오셨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전반 졸전을 펼쳐 죄송했다. 그래도 큰 이벤트 경기에서 승리해 연패를 끊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자평했다.
서 감독의 말대로 이날 밤 사직은 최근 몇 년 간 찾아볼 수 없었던 뜨거운 농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구도' 부산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야구 도시로 유명한 부산이지만 농구의 인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성적 부진과 스타 부재 등의 이유가 겹치면서 1만 4000여 석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직실내체육관은 꽉 찬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2015~2016시즌부터 통천을 설치해 관중석 규모를 6000석으로 축소 운영했지만 이 좌석이 모두 팔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농구영신의 힘은 사직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의 첫 번째 농구영신 당시 고양체육관에는 6083명의 관중이 모였다. 이들의 리턴 매치로 치러진 두 번째 농구영신 때도 잠실학생체육관이 5865명의 관중으로 꽉 찼다. 연이은 두 번의 성공에 고무된 KBL이 수도권 아닌 지방으로 농구영신 개최지를 옮겼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 7511명의 관중으로 가득 찬 창원실내체육관의 풍경은 이런 걱정을 깔끔하게 해소시켰다. 그 어느 종목에도 없고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농구영신이라는 특별한 이벤트 경기가 갖는 매력이 한국프로농구에 제대로 자리잡았다는 걸 직감하게 해준 성공이었다. 이번 네 번째 농구영신을 앞두고 kt는 물론 KBL에서도 '오랜만에 사직이 매진되는 것 아니냐'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던 배경이다.
한 해의 마지막 밤에 사직을 찾은 7833명의 관중은 역대 농구영신 최다 관중이자 올 시즌 최다 관중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원 관중 앞에서 뛴 kt 선수들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플레이 하나 하나에 함성이 터지는 짜릿함을 오랜만에 만끽한 김영환(36·kt)은 "오랜만에 많은 팬들이 찾아주셔서 함성 소리에 흥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 차례의 경기를 거치며 KBL만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농구영신의 다음 개최지는 당연하게도 미정이다. KBL은 다음 시즌 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희망 구단의 신청을 받아 개최지와 개최 구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앞서 치른 네 번의 농구영신으로 흥행이 보장된 상황에서도 선뜻 신청에 나설 구단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1박2일'로 개최해야하는 경기다보니 선수단 운영과 체육관 대관, 관중 안전과 귀가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