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김재환(32·두산)의 메이저리그 진출 성사 여부가 발표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계약 협상 데드라인은 한국시각으로 6일 오전 7시다. 지난해 12월 6일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공시가 된 뒤 30일 동안 자유롭게 이적 가능한 팀을 물색했다. 국내 에이전트인 스포티즌은 미국 내 협상을 담당할 에이전트 CAA sports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을 맡겼다. CAA sports는 제이콥 디그롬(32·뉴욕 메츠) 루카스 지올리토(26·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굵직굵직한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회사다.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현지 언론을 통해 '영입에 관심 있다'고 알려진 구단이 거의 없다. 보통 FA나 포스팅 계약은 공식 발표 전 각종 언론을 통해 그 과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구단에 필요한 선수라면 빠르게 움직여 영입을 마무리한다. 함께 포스팅으로 공시됐던 김광현(32·전 SK)은 이미 지난해 12월 18일 세인트루이스 입단식까지 마쳤다. 그러나 김재환은 아니다. 최근 마이애미가 '타격 영상을 에이전트 쪽에 요청했다'는 얘기가 그나마 가장 유의미한 정보였다.
김평기 스포티즌 부사장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타격 영상을 보냈는데 마이애미를 포함해서 3개 구단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마이애미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FA 외야수 코리 디커슨(31)을 2년, 총액 1750만 달러(204억원)에 데려왔다. 디커슨은 빅리그 통산(7년) 115홈런을 기록 중인 중장거리형 타자다. 여기에 해롤드 라미레스(26)와 브라이언 앤더슨(27) 등 기존 외야 자원도 버티고 있다. 구단 공식 발표 전이지만 디커슨 계약이 완료되면 김재환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머지 두 구단이 어딘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혀있다.
메이저리그의 구미를 자극하는 건 어렵다.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 최근 히로시마 내야수 기쿠치 료스케(30)는 꿈을 접었다. 기쿠치는 2016년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고 2013년부터 무려 7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일본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2루수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9년 프리미어12에도 출전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구단에 '상위 수준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며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고 히로시마가 이를 수락해 김재환과 같은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찌감치 '히로시마 잔류'를 선언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선 구단이 없었다는 의미다.
김재환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2016년부터 무려 3년 연속 35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개인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전년 대비 지난 시즌 타율,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이 크게 휘청거렸다. 홈런 타자라는 부분을 어필해야 하지만 15개밖에 때려내지 못하면서 강점을 잃었다. 일본 프로야구 통산 205홈런을 기록 중인 거포 츠츠고 요시토모(29·전 요코하마)는 이번 겨울 탬파베이와 2년, 총액 1200만 달러(140억원)에 사인했다. 기대를 밑도는 계약으로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츠츠고보다 김재환이 더 많은 금액을 받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두산과 김재환은 포스팅 금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있다. 적정 수준이 나와야 이적이 가능하다. 2018년 7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해 새롭게 발표한 포스팅 개정안에 따르면 선수 이적 시 구단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291억원)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약 금액의 20%를 KBO 구단에 지급한다. 1000만 달러(117억원)일 경우 200만 달러(23억원)가 구단에 들어온다. 헐값에 보낼 수 없다는 구단 분위기상 츠츠고의 계약 총액으로도 빅리그행을 허락하기 힘들다.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나오더라도 '금액'이라는 두 번째 난관을 넘어야 한다.
김재환 측은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김평기 부사장은 "현지에서 직접 계약하는 건 아니어서 체감하는 온도가 다를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