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OVO 제공 순위는 뒤집혔고, 백업 전력의 차이가 드러났다. 국가대표 차출 공백은 예상대로 V-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는 개막 전부터 올림픽 예선 브레이크 전후 일정이 순위 경쟁에 분수령으로 평가됐다. 당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승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다수 선수가 차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주전 세터 황택의와 리베로 정민수의 차출을 예상한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중요한 포지션에 두 선수가 빠지면 힘들 수 밖에 없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남자부는 각 팀 국가대표가 차출된 12월 23일 이후에도 여덟 경기를 더 치른 뒤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 기간 실제 순위 변동뿐 아니라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형 요인이 생겨났다.
12월 22일까지 치른 18경기에서 승점 36점(13승5패)를 쌓고 1위를 지킨 대한항공은 7일 현재 2위다. 12일 29일 KB손해보험전, 1월 4일 우리카드전 모두 패했다. 승점 1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반면 6점 차로 뒤처져 있던 2위 우리카드는 이 기간 치른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승점 9점을 추가했고 1위를 탈환했다.
사진 = KOVO 제공 대한항공에 KB손해보험전 패전은 뼈아팠다. 주전 레프트 정지석, 곽승석의 자리에 나선 손현종과 임동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대는 국가대표뿐 아니라 외인까지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힘에서 밀렸다. 손발도 맞지 않았다. 그 여파가 우리카드전에도 영향을 미쳤고, 세트스코어 0-3 완패로 이어졌다.
이 시기는 성장이 필요한 젊은 선수, 실전 감각 회복이 필요한 백업 선수가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1위 대한항공의 대체 선수들은 부담이 컸다. 연패보다 백업 선수의 활용법을 찾지 못한 게 더 아쉬웠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 시점을 대비하려는 1차 목표를 해내지 못했다.
점유율과 성공률을 분담하던 정지석이 부재하면 외인 비예나의 위력도 많이 감소하는 현상도 드러났다. 비예나는KB손해보험전에서 시즌 개인 평균(55.1%)에 크게 못 미치는 공격성공률(41.3%)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전에서도 45.83%에 그쳤다.
반면 우리카드는 주전 레프트 나경복과 리베로 이상욱이 차출되며 생긴 공백을 잘 메웠다. 최하위 한국전력과 두 경기를 치렀다. 대진운이 있었다. 황경민, 한성정 등 2~3년 차 젊은 선수들이 국내 선수 주축으로 경기를 이끄는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수확이다. 12월 25일 한국전력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한성정은 이후 두 경기에서는 외인 펠리페와 득점 쟁탈전을 이끌었다. 조직력 강화와 공격 옵션 다양화를 이뤘다.
다른 팀도 크고 작은 여파가 있었다. 6연승을 노리던 현대캐피탈은 3일 열린 OK저축은행전에서 패했다. 차출 선수가 없는 OK저축은행은 상대전 연패를 허락하지 않았다. 브레이크 전 세 경기에서 2승1패. 시즌 승점은 32점으로 끌어 올리며 3위 현대캐피탈을 1점 차로 추격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은 이 시기 1승1패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2패다. 대표 선수 차출이 없어 전력 저하를 피하고, 승수 추가를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외인 가빈이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하며 반등 호기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