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는 2019시즌을 나쁘지 않게 보냈다. 상위 스플릿인 파이널 A에서 최하위인 6위로 끝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도 얻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파이널 B로 떨어지지 않았고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신인 김지현(24)에게 영플레이어상도 안겼다. 1부리그에서 강원 구단이 기록한 역대 최다승 기록, 최고 승점 기록은 덤이다. 무엇보다 '병수볼'을 앞세운 김병수(50) 감독식 축구로 K리그1(1부리그)의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확실한 '자기 색'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병수볼'은 영남대 시절부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김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폭넓게 이르는 말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익숙한 마우리치오 사리(61) 유벤투스 감독의 '사리볼'에 빗댄 표현이다. 선수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김 감독의 전술이 어우러져 강원의 스타일이 하나씩 만들어져 갔다. 어떤 팀을 만나든 경기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하고, 유기적인 전술로 경기력을 끌어올려 승리를 향해 나아갔다. 시즌 후반 주축 공격수들이 부상을 당하며 뒷심이 약해지긴 했지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병수볼'은 강원에 확실히 뿌리를 내렸다.
토대를 다졌으니 이제 성장할 단계다. 다년 계약을 통해 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강원은 비시즌 이적시장을 살뜰히 보내고 있다. 포지션별로 자유계약(FA) 선수를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취약점을 강화하는 알짜배기 영입으로 선수단을 채우는 중이다. 새해가 밝은 뒤,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신인 두 명을 포함해 9명의 선수들을 영입했을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인 강원의 영입 전략은 결국 '병수볼'의 조각 맞추기로 이어진다.
가장 두드러진 전력 보강은 수비진에서 이뤄졌다. 신세계(30)와 채광훈(27) 김영빈(29) 이병욱(24) 그리고 임채민(30)이 강원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10년차 베테랑 수비수인 신세계를 비롯해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100%를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란 평이다. 특히 임채민의 경우 영남대 시절 은사였던 김 감독과 재회를 간절히 바랐던 선수인 만큼, 이 둘의 만남이 강원에 일으킬 시너지 효과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선수들의 이해도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병수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팀에 합류한다는 건 선수 개인에게도, 그리고 김 감독과 팀 전체에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미드필더 박창진(24)을 내주고 트레이드한 골키퍼 이범수(30)까지 가세해 뒷문이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 시즌 수비 자원 부족으로 고심했던 강원에는 숨통이 트이는 영입이다.
공격수 포지션에서는 고무열(30)이 합류했다. 2011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해 2013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로 뚜렷한 인상을 심어줬던 고무열은 2016년 전북으로 이적, 2018~2019년 아산 무궁화를 거친 뒤 지난해 전북으로 복귀했다가 이번에 강원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고무열의 이적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병수볼'에 어울리는 공격 자원인 만큼 2020년 강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아직 영입이 끝난 건 아니다. 여기에 김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는 외국인 공격수를 포함해 몇몇 자리를 더 채워 '조각 맞추기'를 끝낸다면 새 시즌 강원은 무서운 팀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