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류중일(59) 감독의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자, '우승을 하는 게 소원"이라는 박용택(41)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다. '해피 엔딩'을 이뤄야 하는 이유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선수단은 하나의 목표로 달려간다. 우승이다.
MBC 청룡을 인수한 LG는 1990년 창단했다. 그리고 창단 첫 시즌에 통합 우승의 역사를 만들었다. 1994년에는 유지현-김재현-서용빈 등 신인 삼총사를 앞세운 '신바람 야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초기 호성적을 바탕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다.
하지만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오랜 암흑기를 보냈다. 최근 10년간 4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1994년 이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故 구본무 회장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불어넣고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때 최우수선수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매한 8000만원 상당의 해외 명품 시계가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보관돼 있고, 팬들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유광점퍼'를 잠시 꺼내입고 다시 옷장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이처럼 구단과 선수단, 또 LG를 응원하는 팬들 모두 '우승의 한'을 품고 있다. 2002년 입단해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박용택은 "2002년 한국시리즈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승을 못 한 채 마지막 시즌을 맞을 거라 생각한 적 없다"며 "(꾸준택, 간디택, 찬물택 등 별명이 많은데) '우승택'이라는 별명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창단 30주년을 맞는 올해 단단한 각오로 출발한다. 이규홍 대표이사는 "1990년 창단 첫 통합우승,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모두 제2의 창단을 맞는다는 자세로 트윈스의 성공시대를 만들어내자"며 "창단 30주년을 구단의 야망과 팬들의 소망을 모두 성취하자"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류중일 감독 역시 "창단 30주년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서 LG 팬들께 선물을 드려야 된다"고 했다.
좋은 기운도 안고 출발한다. 박용택은 "LG가 첫 우승을 한 1990년에 야구를 시작했다. LG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보다"라며 웃었다. 또 류중일 감독은 "내 휴대전화 뒷번호가 2020이다. 또 팀명이 트윈스(쌍둥이)인데 올해 '20'이 반복되는 2020년이니까 좋은 느낌이다"고 했다.
2002년 입단해 19년째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용택은 "내가 LG에 몸담은 기간 중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확신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LG는 지난해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는데 올해에는 전력에 플러스 요소가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정근우를 영입, 취약 포지션인 2루수를 보강했다.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와 기존의 정주현을 경쟁시키겠다"고 했다. 1루 수비가 약한 카를로스 페게로와 재계약 대신, 새 얼굴을 물색 중인데 곧 영입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신인왕을 수상한 정우영의 뒤를 이어 즉시 전력감으로 손꼽히는 휘문고 출신 1차지명 투수 우완 이민호를 비롯한 신인 자원도 힘차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류제국, 심수창, 장원삼, 정상호 등 베테랑이 은퇴와 방출로 대거 빠졌지만, 젊은 자원들이 대거 부상에서 복귀하는 점도 기대요소다. 2016~2018년 홀드 38개를 기록한 김지용, 2018년 27세이브 정찬헌, 2019년 1차지명 투수 이정용 등이다. 모두 불펜 자원이다. 류중일 감독은 "정찬헌, 김지용에 김대현, 이정용까지 합류하면 과거(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삼성처럼 막강한 불펜진이 형성되지 않을까"라고 점쳤다. 2019년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78로 상위권이었다.
시즌 도중 마무리로 옮겨 8승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한 '프로 4년차' 고우석과, LG 선수로는 22년 만에 신인왕을 받고 셋업맨에서 선발 투수로 보직 전환에 도전하는 '프로 2년차' 정우영은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한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올해에도 잘해야 한다. 고우석과 정우영은 자만하지 않고 새 시즌을 준비하도록 코칭스태프에게 주문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란히 14승씩 기록하며 10개 구단 외국인 최고 원투 펀치로 활약한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와 올 시즌에도 함께 한다.
야수진은 백업 선수층이 얕은 편이나 박용택은 주전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20대 후반 전성기를 맞는데, KBO 리그를 살펴보면 30대 초반에 최고 성적을 많이 올리더라. 지금 우리 주전 야수진 대부분이 30대 초반이다"고 했다. 김현수와 이천웅, 채은성, 이형종, 오지환, 김민성이 모두 30대 초반이다. 4년 총 40억 원의 FA 계약으로 LG에 잔류한 오지환은 "우리 팀이 우승권에 근접해 있다고 본다"며 "나와 (김)민성이 형만 반등하면 될 것 같다. 민성이 형이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못 가서 힘들었을 텐데 같이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승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완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윌슨-켈리-차우찬으로 이어진 1~3선발은 강하지만, 국내 4~5선발은 뚜렷한 얼굴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10승 가까이 올릴 수 있는 4~5선발을 잘 갖추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선수단 내 사건, 사고 없이 한 시즌을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음주 운전, 해외 전지훈련 도중 도박 시설 출입 등 선수단 일탈 행위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LG는 최근에는 폭행 문제로 또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선수단 사건, 사고는 팀 성적을 떠나 비난받아 마땅하고, 또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규홍 대표이사는 모범적인 자세를 주문했고, 류중일 감독은 강력한 경고를 선수단에 던졌다. 주장 김현수는 "선수 한 명이 잘못하면 (LG 야구단) 모두 피해를 받는다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용택은 우승을 향한 강한 염원과 기대감을 표현했다. "감독님께서 선수단 미팅 때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 조만간 우승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 손들고 '올해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지난해엔 우승권 전력이라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고우석, 정우영, 김대현 등 젊은 투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경험 많은 정근우가 우승 기운을 후배들에게 잘 전수할 수 있다. 또 감독님도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구단의 목표가 우승·가을 야구·리빌딩 등으로 나뉘는데 어떻게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창단 30주년을 맞는 올해,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모두 한마음으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