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엔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콘텐츠에 길들여진 젊은 시청층을 노린 '숏폼' 코너로 이뤄진 옴니버스 예능 프로그램이다. 과연 유행을 선두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스탠포드호텔에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금요일 금요일 밤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나영석 PD,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참석했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스포츠, 과학, 미술, 여행, 요리, 공장 등 각기 다른 소재의 6개의 숏폼(short-form) 코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10분 내외의 짧은, 서로 다른 주제의 코너들이 다뤄진다. 나영석 PD와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 '스페인 하숙'의 장은정 PD가 공동 연출을 맡는다. 코너마다 각기 다른 출연진이 등장한다. 이에 '어쩌다 어른'의 양정무 교수, '알쓸신잡3'의 김상욱 교수, 한준희 축구 해설가, 배우 이서진, 모델 홍진경, 가수 은지원, 박지윤 아나운서, 개그우먼 장도연,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위너 송민호가 출연을 예고했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10인 6색 예능, 15분씩 6코너로 꾸려진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는 "저희도 만들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하다 보니 왜 했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만든 의도는 사실 간단하다. 요즘 프로그램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1시간이 70분, 90분이 되곤 한다. 좀 가볍게, 숏폼으로 가볍게 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방송사 편성이 60분 이상이 되어야 하니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런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60분짜리로 만들면 좀 부담스러운 소재들이 많다. 각자의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시청자에게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 시스템에 대해 나영석 PD는 '위기'라고 표현했다. "다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 환경이 변화를 하고 있고 TV만 보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클립들로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전체를 보여주기 힘든 환경이구나!', '시청 패턴이 변했구나!' 이런 걸 느꼈다. 제작자가 그 니즈에 맞춰 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은정 PD와 함께 이번에 출연진과 제작진 경량화를 시도했다. 한 팀이 작게는 5~6명 정도로 꾸려졌다. 기존 예능에서 나오는 문법은 간략하게 축소하고자 했다. 오프닝, 소개, 하이라이트 영상 이런 게 아니라 '안녕하세요?' 하고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본론만 보여주고 액기스만 보여줄 것이다. 시청자들에겐 선택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이승기 씨가 공장에서 일하는 걸 6~7시간 찍는데 방송에 나가는 건 15분이다. 이승기 씨 옆에 다른 출연자 2, 3명만 넣으면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체험하는 모습을 통해 15분만 봐도 '저런 걸 저렇게 만드는 구나!' 그런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경량화와 압축화가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명 '나영석 PD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이서진, 이승기, 은지원, 송민호 등이 출격한다. 나영석 PD는 "이서진 씨가 하는 '뉴욕뉴욕' 코너는 1인칭적인 느낌의 뉴욕 여행기를 담고 싶었다. 과거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이서진 씨이기에 편안하게 여행기를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사실 새로운 시도라 리스크가 클 수 있어 절친한 사람들 위주로 섭외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면 너무 민망하지 않나. 덜 미안한 사람 위주로 한 것이다. 이서진 씨나 이승기 씨는 덜 그럴 것 같아 부탁했다. '체험 삶의 공장' 같은 경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노동을 해야 하는데 성실하게, 친근하게 일할 사람의 이미지로 이승기 씨가 떠올랐다. 전국민이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승기 씨가 성실한 면모가 있기에 믿었다"고 말했다. 방송 시간이 15분이기 때문에 라이트하게 맞춰 찍고 있는 상황. 장은정 PD는 "시청률은 걱정이 많은데 지루해지기 전에 코너가 바뀐다.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목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마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여러 프로그램을 하기에 이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년 전 그 안에 여러 코너를 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총 49회 차를 찍어야 한다고 하길래 영화 하나를 찍는 게 낫겠다 싶었다. 지금 후회는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면서 나영석 PD가 걱정 속 설렘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은 6개의 코너로 나뉘어져 있기에 캐릭터가 뭉쳐 시너지를 내고 서로 재미를 주고받는 기존 예능 문법은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소재,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정서가 우선이다. 분명히 기존 프로그램보다 폭발력이 낮을 거라고 보지만 예능이라는 것이 시청자에게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대한 고려로 만든 것이다. 이 고민이 좀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다 주길 바란다. 대신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코너가 여러 개라 산만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산만하긴 하다"고 담담하게 인정하면서도 "시청자들의 권리와 권익만 생각하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코너만 보면 된다. 내가 안방극장 시청자라면 어떻게 TV를 소비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런 의도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쭉 다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짧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각 코너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기에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변경은 없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