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이에 실패했다.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을 노린 한국 남자 배구가 난적 이란을 꺾지 못하고 탈락했다.
대표팀은 11일 중국 장먼 스포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 준결승에서 이란을 맞아 세트 스코어 2-3(25-22, 21-25, 18-25, 25-22, 13-15)으로 패했다. 분전했지만 힘에서 밀렸다. 조금 늦은 선수 교체 타이밍은 패인이다. 4세트 역전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1세트부터 선수단의 화이팅이 넘쳤다. 평범한 득점 상황에서도 목소리른 높여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력도 집중력이 엿보였다. 1세트 초반에 보여준 리시브 집중력은 앞선 호주, 카타르전보다 나았다. 예고한 강서브도 이어졌다. 힘과 높이에서 앞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리시비를 흔드는 게 관건이었다. 범실도 감수해야 했다.
1세트에서 돋보인 선수는 전광인이다. 1-0에서 한선수의 정확한 토스를 받아 완벽한 공격을 성공시켰다. 10-9에서도 긴 체공 시간을 활용해 위력적인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예선 3경기 카타르전에서 최다 득점을 올린 박철우도 맏형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초반 오픈 공격을 모두 성공시켰다. 12-10에서는 서브 에이스까지 해냈다.
흐름은 이 순간부터 한국 쪽으로 향했다. 네트를 두고 다이렉트 공격 공방전이 이어진 상황에서 이란의 연타 공격이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됐다. 14-10 대표팀 리드. 이 경기 최다 점수 차였다.
이란의 작전 타임 뒤에 이어진 수비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격권을 가져왔고, 전광인이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다시 앞섰다. 이어진 수비에서는 최민호가 상대 속공을 1인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점수 차를 벌렸다. 대표팀이 완전히 승세를 잡았다.
한 때 2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도 전광인이 빛났다. 18-16에서 완벽한 백어택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뒤 포효했다. 이어진 공격 기회에서는 코트 빈 위치를 찌르는 연타까지 성공시켰다. 종횡무진. 결국 가장 중요한 1세트를 잡았다. 상대 추격이 거셌지만 23-22에서 최민호의 속공, 24-22에서 박철우의 백어택으로 연속 득점하며 먼저 25점을 해냈다.
2세트는 속공이 살아난 상대에 고전했다.
초반에 서브 범실과 리시브 실패로 먼저 3점을 내줬다. 3-6에서 전광인이 넘겨 주는 공에 힘을 싣고 빈 위치를 찔러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한선수의 가로막기, 박철우의 서브 득점으로 6-6 동점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리드를 내줬고, 다시 빼앗지 못했다. 1세트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던 정지석이 반등하지 못했따. 9-11에서 오픈 공격이 블로킹을 당했다. 컨디션이 좋던 전광인의 오픈 공격까지 범실이 되면서 4점 차까지 벌어졌다.
정지석은 13-18에서도 백어택 연타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20점 대 이후 1인 블로킹을 해내기도 했지만, 바로 서브 범실을 했다.
1세트보다 대표팀의 서브는 약해졌고 상대의 리시브는 안정감이 생겼다. 중앙 공격 허용으로 이어졌고, 득점을 막지 못했다. 단순하지만 가장 위력있는 상대의 강점이 드러났다. 결국 21-25로 2세트를 내줬다.
주장 신영석은 경기 전 "지면 끝이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2세트느 내줬지만, 득점이 나올 때마다 동료의 기를 살려 주는 세레모니는 여전했다. 3세트도 마찬가지. 간신히 터치 아웃 득점을 해낸 정지석의 득점에 전광인은 그를 부둥켜 안고 들어올렸다.
그러나 안 좋은 흐름 속에 다시 기세를 내줬다. 7-8에서 서브 득점을 허용했고, 불안한 세트 뒤 올라간 박철우의 백어백 공격은 블로킹을 당했다. 순식간에 7점 차까지 벌어졌다. 8-14에서 주전 레프트 전광인과 정지석이 차례로 리시브를 실패했다. 임도헌 감독이 세트 마지막 작전 타임을 써야 했다.
곽승석, 나경복, 허수봉을 교체 투입해 돌파구를 찾았지만 이미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 나경복의 강서브가 통하며 공격과 수비 모두 반등은 했지만, 3점 차 추격이 한계였다. 분수령이던 세 번째 세트마저 내줬다.
벼랑 끝에 몰린 대표팀. 그러나 선수단의 표정은 1세트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두 세트 연속 내준 분위기를 바꿨다.
1-2에서 박철우와 전광인이 연속 오픈 공격 성공시켰다, 상대 범실로 2점 차 달아나며 기세도 잡았다. 박철우의 백발백중 오픈 공격에 전광인이 가세하며 득점 쟁탈전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10-7에서는 신영석이 서브 에이스 성공 시키며 오랜 만에 4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13-9에서는 박철우의 진가가 나왔다. 상대 강서브에 곽승석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반대 코트로 넘겨야 할 세트가 나왔다. 그러나 박철우가 네트보다 조금 높던 이 세트를 날아 올라 백어백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대표팀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무너졌다. 리시브가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상대가 박철우에 집중되는 공격 의도에 따라 블로커 벽을 만들었다. 박철우와 전광인의 오픈 공격이 3연속 가로막히며 역전까지 허용했다.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까지 나오며 4연속 실점까지 했다. 전광인의 오픈 공격 득점으로 흐름을 끊었지만, 2점 리드를 내준 채 20점 대에 진입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천금 같은 2득점이 나왔다. 곽승석이 불안한 자세에서 유도한 쳐내기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서브를 유지하던 전광인인 21-21에서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대표팀에 다시 리드를 안겼다.
결국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끌고 갔다. 이번 대회, 세터보다 특급 원 포이트 서버로 더 존재감을 보여주던 황택의가 24-22, 2점 차로 앞서는 서브 득점을 해냈다. 25번째 득점까지 완벽했다. 두 차례 수비 집중력을 보여주며 살려낸 공을 박철우가 이동 백어백 공격으로 성공시켰다. 상대의 수비가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운명의 5세트.
강서브로 리시브 흔들렸고, 넘긴 공은 상대 속공으로 이어지며 3점을 빼앗겼다. 4세트에 위력이 있었던 박철우의 공격도 반감됐다. 5-8, 3점 뒤진 채 코트가 바뀌었고, 상대 오픈 공격과 불운의 서브 실점까지 하며 5점 차 리드를 내줬다.
15점 세트였다. 4점 뒤진 채 13점을 줬다. 진짜 벼랑 끝에서 기적은 없었다. 연속 2득점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전광인의 서브가 범실이 되며 14점을 내줬고, 오픈 공격을 막지 못했다. 한국 남자 배구의 올림픽 도전이 다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