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을 추진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시끄럽다.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자영업자들의 성토부터 배민 라이더 근로시간 제한으로 반발이 거세지면서 우아한형제들의 머리가 아프게 됐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위한 새로운 심사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라이더도, 자영업자들도… 등 돌린 배민
13일 우아한형제에 따르면 최근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지입 계약 라이더와 배민커넥터의 주간 최대 배달수행시간을 각각 60시간, 20시간으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배민라이더스는 손님에게 배달음식을 전달하는 배달중개 서비스로, 이들은 지입 계약 라이더와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으로 원하는 시간에 부업의 형태로 배달하는 ‘배민커넥터’로 나뉜다.
이 같은 공지에 라이더들은 민감한 근무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최대한 많은 라이더와 소통과 합의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 라이더들이 결성한 ‘라이더 유니온’ 측은 “노동조건의 대폭 변화를 초래하는 정책을 배달의민족이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시간만 제한하면 콜 경쟁이 완화되는지, 배민커넥터의 반발은 상관없다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배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공지를 두고 “투잡하기 딱 좋았는데 6월까지만 하고 그만둬야 하나” “배민커넥트라는 좋은 일자리를 뺏기게 생겼다” “배민라이더스 직원을 중심으로 새로 판을 짜려는 것 아니냐” 등 불만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배민을 향한 성토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합병으로 인해 주인이 바뀔 것을 우려한 배달음식점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인상’이 두렵다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이런 우려는 정치권으로 번지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계약서상 조항은 없지만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단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증거 없는 ‘구두계약’이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남의 돈까스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초반에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한두 해 지나면 은근슬쩍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배민이 수수료를 덜 매기는 느낌이어서 점주들이 많이 쓰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민이 많은 시기”라며 “이때다 하고 쿠팡이츠가 전략을 세우고 있고 카카오도 슬슬 배달을 시작하고 있으니 4월이면 제대로 싸움이 될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배달 팁을 올리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쉽지 않을 ‘배달의민족 합병’ DH와의 합병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공정위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인수합병(M&A) 심사에 지난해 개정한 새로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된 기준에 따라 공정위는 혁신산업에서 이뤄지는 M&A를 심사할 때 M&A 이후 혁신 활동이감소할 유인이 있는지, 데이터 독과점이 생기는지도 살피게 됐다.
심사 때 시장점유율과 더불어 R&D 비용 지출 규모, 혁신 활동에 특화된 자산·역량 수준, 특허출원 횟수 등을 고려해 시장집중도를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10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배달앱 시장에 경쟁이 사실상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R&D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가 자산 역할을 하게 되며 ‘정보자산 독과점’ 여부가 고려 대상이 되면서,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이 그동안 수집해온 소비자·소상공인 관련 대량의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됨에 따라 ‘데이터 독과점’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조건을 걸고 합병을 승인하는 쪽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수수료 인상 제한이나 영업 확대 제한 등의 조건을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 점유율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고 수수료 제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해결책이 아니니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