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PARASITE·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본선 무대에 진출한 것은 '기생충'이 처음.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기생충'이 걷고 있는 모든 길은 한국 영화의 새 역사이자 영광이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려낸 가족희비극이다.
'기생충'은 13일 오후 10시 18분(현지 오전 5시 18분)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해진 최종 후보작(자) 발표에서 작품상(BEST PICTURE/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봉준호 감독), 감독상(BEST DIRECTOR/봉준호), 각본상(BEST ORIGINAL SCREENPLAY/봉준호·한진원) 국제장편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미술상(BEST PRODUCTION DESIGN/이하준) 편집상(BEST EDITING/양진모)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이로써 '기생충'은 첫 아카데미 입성에 '6개 부문 후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과거 외국어영화상으로 불렸던 국제영화상 후보 지명이 그간 한국 영화의 유일한 목표였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기생충'은 국제영화상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로컬 영화들과 맞붙어 주요 부문 후보 자리까지 당당히 꿰차는데 성공했다. 국제영화상 역시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 58년 도전 끝 최초 지명으로 의미를 더한다.
지난 10월 본격적인 '오스카 레이스'를 시작한 '기생충'은 각종 해외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쓸며 일명 '기생충' 신드롬을 이끌었다. 5일에는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HEPA)에서 한국영화 최초 외국어영화상(BEST MOTION PICTURE - FOREIGN LANGUAGE)을 수상했고, 13일 북미방송영화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에서는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품에 안으며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는 사실상 따놓은 당상이라 여겨졌다.
실제 골든글로브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본선 무대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통해 영광의 순간을 이어가게 됐다. 기대를 모았던 송강호의 남우조연상 후보와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던 '소주 한 잔'의 노미네이트 불발은 욕심 속 아쉬움으로 남지만,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 치러내며 역사적 유종의 미를 앞두고 있는 현재 이 시간은 모두에게 축제나 다름없다.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내달 10일(현지시간 9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할리우드 돌비 시어터에서 열린다. 남은건 아카데미 무대에 올라 오스카를 품에 안는 것. 미국배우조합(SAG),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 등 미국 4대 조합상 후보에도 올라 있는 만큼 아카데미 완주까지 축하할 순간은 더 많이 남아있다.
목표는 높을 수록 좋다. 최근 다인종·다문화 이슈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카데미인 만큼 '기생충'은 수상이 유력한 국제영화상을 비롯해 다관왕까지 노릴만 하다. 특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사례는 세계 영화 역사상 단 한 작품 '마티'(1955)가 유일하다. '기생충'이 반세기만에 획기적 사건의 주인공이 될지 치솟는 기대감마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