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노래방' 재개장이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성공과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아야 진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롯데는 2020 스토브리그에서는 가장 큰 성과를 남긴 구단이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34)를 잡았고, 리그 정상급 외부 FA 내야수 안치홍(30)까지 영입했다. 당장 차기 시즌 성적 향상만 쫓은 행보도 아니다. 냉철한 잣대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 선수가 많다. 체질 개선과 시스템 안착을 노리며 내실 있는 개혁을 좇고 있다.
세팅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 야구에서 기대받던 요인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롯데의 전력은 매년 중위권 이상으로 평가됐다. 꾸준히 내, 외부 FA와 계약했다. 국가대표급 기량을 갖춘 전국구 스타를 다수 보유했다. 성적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차기 시즌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장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2017시즌 강점을 되짚고, 비슷한 전력으로도 7위에 그친 2018시즌을 돌아봐야 한다. 한껏 고조된 기대감에 부응하는 길이다.
일단 선수단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7시즌은 이대호(38)가 해외 무대 도전을 마치고 돌아와 합류한 첫 시즌이다. 전준우, 강민호(35·삼성) 등 이전에 팀을 이끌던 주축 선수들도 더그아웃과 그라운드에서 구심점이 되는 선배의 존재를 반겼다. 후반기에는 이대호가 남긴 "오늘만 이기자"는 말이 선수단 전체에 모토가 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2018시즌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반납한 상황. 이어받은 손아섭(32)은 성적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허문회 신임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에 임시 주장을 맡은 민병헌(33)을 2020시즌 주장으로 낙점했다.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만큼 개성도 제각각이다. 진짜 단합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조력자도 필요하다. 2017시즌에는 손승락(38)이 투수조 리더로 나서 이대호의 짐을 덜었다. KT 주장 유한준(39)과 부주장 박경수(36)처럼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선수가 끌고 미는 역할로 시너지를 내는 것도 본받을만하다.
재도약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불펜 안정이다. 2017시즌 후반기도 보직 부여와 분업이 제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승률 0.684(39승 18패)를 기록할 수 있었다. 외부 FA 윤길현을 필승조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거친 뒤 박진형과 조정훈을 셋업맨으로 만들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8시즌도 후반기에서야 필승조 2명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췄다.
2019시즌은 클로저마저 교체되며 혼란이 이어졌다. 대행 체제에서 명확한 노선을 가기 힘든 이유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기량이 따라주지 못하기도 했다. 차기 시즌도 롯데는 타선보다 마운드 전력이 관건이다. 이 지점은 새 코칭 스태프의 몫이다. 2015, 2019 스프링캠프에서는 선발 확보에 집중하다가 혼선이 컸다. 일단 보직부터 명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반기 승률을 높여야 한다. 롯데는 특정 팀이나 요일에 약세를 보이는 등 좋지 않은 징크스가 많았다. 전반기 약세는 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이어졌다. 양상문 전 감독이 2018년 10월에 부임하며 이 점을 강조했고, 정신 무장을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전반기 승률 향상이라는 목표 설정은 막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할 필요는 있다. 유독 개막 초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주축 선수가 많았고, 검증된 몇몇 선수는 슬로우스타터라며 감각 회복이 더뎠다. 집중력 탓에 잃은 1승이 시즌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2018시즌은 승률 7리 차로 5강에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