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는 모두가 실행할 수 있지만, 누구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대박'에 가깝다.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해왔다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일종의 훈장이기도 하다. FA를 앞둔 시즌은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허경민(30·두산)은 다르다. 그는 "FA라고 해서 뭘 더 준비하고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허경민에게 2020시즌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면 FA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 자유계약으로 잔류 혹은 이적을 선택할 수 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리그에 흔하지 않은 전문 3루수 자원이라는 걸 고려하면 가치가 낮지 않다. 2019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으로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다.
허경민은 "알차게 (비시즌을) 잘 보냈다. 시즌이 일찍 끝나서 집에서 쉬다가 12월부터는 이전과 똑같이 스프링캠프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FA라고 해서 뭘 더 준비하고 그런 건 전혀 없다. 올해 엄청난 성적을 거둬서 무조건 대박을 내야겠다는 생각보다 몇 년간 해왔던 걸 해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마음먹고 있다. 시즌 들어가서도 그런 생각으로 경기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둘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들이 FA 계약을 하고 있다. 지난해 김상수가 원소속팀 삼성과 계약 기간 3년, 최대 총액 18억원에 사인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안치홍이 KIA를 떠나 롯데와 2+2년 계약에 합의해 팀을 옮겼다. 청소년 대표로 함께 활약했던 허경민은 "제 친구들이 FA로 좋은 계약을 하고 있는데 그 바통이 나한테 왔다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들이 좋은 계약을 해 박수 쳐주고 싶다"며 "충분히 능력 있는 선수라서 부럽거나 시샘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그 친구들이 쌓은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나 역시 시즌 잘 치르겠다"고 했다.
개인보다 팀이 먼저다. FA라서 성적에 욕심을 낼 수 있지만,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자칫 오버페이스로 연결될 수 있다. 그는 "(FA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올해가 두산이 우승할 수 있는 찬스라는 기사를 접했다. 한편으로는 FA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우승하는 게 아니라 FA가 아닌 팀을 보고 해야 개인적인 성적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FA여서 나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우리 팀에서 그런 생각으로 시즌을 뛰는 선수가 있다면 (직접)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목표를 잘 상의하겠다. 개인이 아닌 팀이 잘돼야 그 선수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다"고 강조했다.
FA만큼 욕심이 나는 건 오는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출전이다.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를 달아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힘을 보탰다. 올해 정규시즌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표팀 승선 여부가 판가름난다.
허경민은 "솔직한 마음으로 한 번 더 (대표팀에) 가고 싶다. 국가대표는 욕도 많이 먹는 자리라 부담도 많이 되는데 작년 프리미어12 대회를 다녀오고 나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뽑히면 영광스러울 거다. 그렇게 되면 좋은 시나리오대로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개인 성적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고 이는 곧 FA 대형 계약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가 꿈꾸는 최상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