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시즌 구상에 들어간 김태형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불펜'이다. 김 감독은 15일 구단 창단 기념식이 끝난 뒤 "부상 선수가 정상적으로 들어오면 중간이 탄탄해지지 않을까 하는데 계속 고민은 된다"고 말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64로 리그 2위. 언뜻 과한 걱정으로 비칠 수 있지만 매년 어느 팀이건 불펜은 변수가 많다.
특히 지난해 이형범(26) 윤명준(31) 등이 커리어 하이를 찍은 두산으로선 그 활약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복귀 전력이다. 부상과 부침이 겹쳐 지난해 4월 이후 1군 등판 기록이 없는 장원준(35)과 팔꿈치 수술로 2019시즌을 통째로 쉰 곽빈(21)이 돌아온다. 여기에 팀 흔치 않은 파이어볼러 김강률까지 합세하니 말 그대로 천군만마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중간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기대하고 있다. 장원준이 어느 정도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김강률이 키(Key)다"고 강조했다.
김강률은 2017시즌과 2018시즌 각각 65경기 이상 등판해 10홀드 이상을 따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앞세워 2018시즌 9이닝당 삼진이 무려 9.59개였다. 기교파 투수가 많은 두산에서 유독 돋보이는 오른손 불펜 자원이었다. 성적 부진으로 보직을 내려놓긴 했지만 2018시즌에 앞서 김태형 감독이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가능성과 기대가 컸다. 그러나 거듭된 부상 여파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8년 10월 한국시리즈 준비 차원에서 진행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한신전에서 악몽이 시작됐다. 투구 후 3루 쪽으로 움직이다가 아킬레스건을 다친 게 화근이었다. 2019시즌 후반기 복귀가 유력했지만 7월 이천 2군 훈련장에서 오른 햄스트링 부상으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결국 1군에 돌아오지 못한 상태로 팀의 통합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김태형 감독의 '아픈 손가락'에 가까웠다.
현재 김강률은 괌에서 차근차근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이현승(37) 이용찬(31)과 함께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드는 중이다. 김 감독은 "김강률은 하프 피칭에 들어갔다"고 했다. 하프 피칭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불펜 피칭, 라이브 피칭의 과정을 거쳐 1군에 복귀한다. 구단 관계자는 "호주 스프링캠프에선 정상 피칭까지 가능할 것 같다"고 상황을 낙관했다. 무리하지 않은 상태로 조심스럽게 재활을 진행 중이다.
김강률이 돌아온다면 불펜 카드는 더 다양화된다. 마무리 이형범이 흔들릴 경우 뒷문을 맡길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멀티 이닝도 가능하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괜찮고 정상적으로 한다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는 몸 상태가 돼 있다. 워낙 많이 쉬었기 때문에 그사이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