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올해 창단 21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00년 후발 주자로 프로야구에 발을 내디딘 SK 구단이 벌써 스무 번의 시즌을 무사히 치렀다는 의미다.
기념비적인 변화도 꾀했다. 창단 이래 두 번째이자 무려 15년 만에 구단 CI(Corporate Identity)를 바꿨다. 창단 당시 화이트-블루 CI로 출발한 뒤 2006년 모기업 CI 변경에 발맞춰 레드-오렌지 CI를 사용하기 시작한 SK다. 올해 바뀐 세 번째 CI에는 '스무 살의 와이번스'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구단은 "와이번스의 비상과 역동적인 이미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고루 표현했다"고 자신했다.
SK는 지난 20년간 빠른 속도로 명문 구단의 기틀을 다져왔다. 초대 감독은 롯데 사령탑을 역임했던 강병철 감독. 이후 조범현 감독이 제2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팀 전력이 짜임새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조 감독 부임 첫 해인 2003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2005년에도 역시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섰다.
2007년부터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다섯 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다. 이때가 SK의 전성기였다. 2007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8년 한국시리즈 2연패,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각각 해냈다. 2009년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각각 차지하면서 새로운 '왕조'를 일궜다. 2011시즌 도중 김 감독이 물러나고 이만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그해 무사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이 코치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2012년 역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이만수 감독이 물러났고, 이후 2년간 팀을 지휘한 김용희 감독 역시 2015년을 정규시즌 5위로 마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게 가을야구의 전부였다.
이후 맞아들인 사령탑이 구단 사상 처음이자 KBO 리그 역대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인 트레이 힐만이다. 2017년을 정규시즌 5위로 마친 힐만 감독은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을 꺾고 8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힐만 감독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명예로운 퇴진을 한 뒤에는 2년간 프런트의 수장을 맡고 있던 염경엽 단장이 제7대 사령탑에 올랐다.
염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한 지난해 SK는 정규시즌을 게임차 없는 2위로 마쳐 저력을 입증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3위 키움에 져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모두 아랫순위였던 팀에 역전을 당하면서 마친 터라 좋은 성적을 내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이제 SK는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로 2020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그라운드 밖에서 극찬을 받아 온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과 사회 공헌 활동, 팬 서비스를 더 강화하는 것이 첫 번째다. 야구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지역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겠다는 게 목표다. 그동안 SK가 모토로 삼았던 '스포테인먼트'와 '희망 더하기' 캠페인 등은 성적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타 구단의 귀감이 됐다.
무엇보다 SK 구단과 선수단에게는 '20년'이라는 귀중한 시간과 기록이 쌓였다. 삼성, LG, KIA, 롯데, 두산을 비롯한 프로야구 원년 구단들보다 18년 늦게 스타트를 끊은 약점이 서서히 상쇄되고 있다. 첫 20년을 성공적으로 보낸 SK에게 남은 20년은 역사와 전통까지 갖춘 명문 구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힐 시간이 될 듯하다. 2020시즌이 바로 그 '새로운 20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