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축구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김학범 감독이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있다.U-23축구대표팀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호주와의 준결승전 승리로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냈으며, 지난 26일 열린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우승했다.인천국제공항=정시종 기자 '2012 런던 신화를 넘어라.'
어쩌면 처음부터, '학범슨' 김학범(60) 감독의 목표는 모두의 기대보다 높았을지도 모른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하나를 달성한 김 감독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목표를 쫓았다. 또 하나의 '기록 깨기',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가 거둔 동메달의 업적을 넘어서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이미 하나의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은 2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AFC U-23 챔피언십 첫 우승이라는 기록이 김 감독과 선수들의 손과 발 끝에서 새로 쓰여졌다. 이보다 앞서 4강전 승리로 결승에 진출하면서 상위 3개 팀에 걸려있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 획득에도 일찌감치 성공했다.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는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연속 진출 기록도 '세계 최초' 9번으로 늘어났다.
김 감독의 말대로 "특출난 선수는 없어도 선수들이 고른" 김학범호가 '원 팀'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다. 선수들은 출국 때보다 더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주장 이상민(22·울산)은 대회 우승컵을 자랑스레 들어올렸다. 대회 MVP로 선정된 원두재(23·울산)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상패를 들고 인터뷰에 나섰다. 대회 첫 우승을 달성한 선수들이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우승이라는 건 좋은 거다. 선수들과 힘을 합쳐 얻은 우승이라 더욱 값진 것 같다"며 "매 경기가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굉장히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강인(19·발렌시아) 백승호(23·다름슈타트) 등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가 불발되며 '최상의 전력'은 아니라는 걱정 속에서 시작한 대회였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매 경기 쉼 없이 바뀌는 선발 명단이 보여주듯 전술과 조직력, '원 팀 정신'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전승 우승에 성공했다. 올림픽 본선 연속 진출 기록이라는 부담이 걸린 상황에서 끈질긴 정신력으로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해치운 김학범호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재정비에 들어간다. 올해 7월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이 김학범호의 모든 것을 보여줄 '진짜 무대'다. 김 감독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는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대회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이날, 취재진 앞에서도 그 각오엔 변함이 없었다. "어차피 목표는 잡아야하는 것이고,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꼭 (런던 기록을)깨고 싶다"는 김 감독의 말에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축구대표팀이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MVP를 수상한 원두재(왼쪽)와 주장인 이상민이 파이팅을 외치고있다. 김 감독의 자신감은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식됐다. 이상민은 "이제 막 대회가 끝나서 올림픽에 대해 아직 생각하지 않았지만, 감독님 목표가 그렇다면 선수들도 같은 목표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두재도 "감독님께서 말씀하셨으면 당연히 이룰 수 있다. 우리도 노력해서 그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불안과 우려의 시선을 뛰어넘어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기록을 쓰고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김학범의 아이들'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이날 해산 후 '올림픽 대표팀'으로 다시 만나게 될 김학범호는 3월 재소집될 예정이다. 소집 이후 3월과 6월 A매치 기간 동안 평가전을 통해 전력을 가다듬고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전력 구성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와일드 카드는 아직 '미정'이다. 김 감독은 "조 편성이 나온 뒤 상대팀을 분석하고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대진은 4월 20일 일본 도쿄의 NHK홀에서 열린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는 모두 (와일드 카드 후보에)해당이 된다. 그리고 우리 U-23 대표팀에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