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코뼈 부상을 입은 두산 허경민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부상 방지'다.
선수 대부분이 개막을 앞두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는 것"을 공통 목표로 삼는 이유는 다치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다만 부상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불청객이라는 게 문제다.
당장 두산 주전 3루수 허경민이 스프링캠프 출발을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에서 자율훈련을 하다 코뼈가 부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29일 수술을 받았고, 이후 회복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호주 질롱에서 진행되는 1차 캠프에는 합류하지 못한다. 야구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캠프 전 개인훈련을 하는 시기에도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키움 주전 외야수 이정후는 신인왕을 받고 2017시즌을 화려하게 마친 뒤 더 좋은 2년차 시즌을 위해 연말에도 쉬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덤벨 기구에 오른손 넷째 손가락이 끼어 골절상을 입었고, 6주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해 결국 이듬해 1군 스프링캠프를 떠나지 못했다.
한화에서 은퇴한 한 투수도 2014시즌 스프링캠프 출발을 사흘 앞두고 체력 단련을 위해 야구장 인근에 있는 보문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다 오른 발목을 접질렸다. 인대 염좌로 3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결국 캠프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보문산은 지형이 험하지 않고 경사도 완만하다. 많은 선수들이 보문산을 오르내렸지만, 하필 이 선수만 다쳤다는 건 불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열심히 몸을 만들다 다친 것은 모범적인 일이라 구단도 손가락질할 수 없다. 수년 전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한 강속구 투수처럼 캠프 출발 직전 스키를 타다 넘어져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면 얘기가 다르다. 현역 운동선수들은 스키처럼 큰 부상의 위험이 있는 레저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실제로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은 선수 시절 농구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해 한 시즌을 통째로 쉰 뒤 정든 양키스에서 방출된 이력이 있다.
이 투수의 소식을 들은 구단과 감독도 대외적으로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려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다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곧 캠프가 시작되는데 그 위험한 스키를 타다니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한참이나 삭였다는 후문이다.
강백호 등 프로야구 kt위즈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의 전지훈련지로 출국하기 위해 2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고 있다.인천공항=김민규 기자 올해는 다른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하필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시기에 스프링캠프 출국일이 다가오면서 여러 국가 여행객이 오가고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에 '경계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9일 출국장에 나온 선수들과 취재진에게는 마스크가 중요한 '공항 패션'의 필수품이 됐다. 이번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유독 강해 단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선수단 전체가 영향권에 들어갈 위험이 있어서다.
특히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과 가까운 대만에서 캠프를 치르는 키움 선수단은 더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손혁 감독도 이 문제를 두고 걱정이 많다. 손 감독은 "캠프지 답사를 다녀왔는데, 사람들과 인접한 지역은 아니다. 야구장도 동떨어져 있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수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들 모두 프로이니 평소보다 자기 몸 관리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며 "위험지역은 덜 가고,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 후 손발을 잘 씻고 잘 자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