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추운 날씨 뿐이랴. 휴가는 짧디 짧았고 시즌은 더 길어졌다. 아직 다른 팀들이 한참 전지훈련에 매진 중일 1월에 시즌 첫 경기를 치르게 된 FC 서울로선 당연한 소감이다. 최용수(47) FC 서울 감독의 말처럼 남들보다 빠르게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1월 경기를 반가워할 팀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 감독의 말에는, 승자이기에 할 수 있는 여유가 담겨있다.
서울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에서 케다 FA(말레이시아)를 4-1로 꺾고 본선에 합류했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밟는 ACL 무대다. 지난 시즌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1위 싸움에 밀려 3위로 마감한 서울은 K리그 1, 2위와 FA컵 우승팀에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 대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가져왔다. 플레이오프에서 케다에 승리를 거둔 서울은 E조에서 베이징 궈안(중국),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대승으로 ACL 본선에 합류했지만, 최 감독은 못내 본선 직행 티켓을 놓친 게 아쉬운 듯 했다. 1월에 경기를 치르게 된 것에 대해 "우리가 부족해서 자초한 일"이라고 쓴웃음을 지은 이유다. 추춘제로 진행되는 K리그에서 1월에 시즌을 시작하는 건 지극히 낯설고 불편한 일이다. ACL에 진출한 전북과 울산, 그리고 수원 삼성의 첫 경기가 2월 10일과 11일인 만큼, 이들에 비해서도 약 2주 가까이 시즌이 빠른 셈이다. 3월 개막해 11월까지 이어지는 K리그1 일정을 생각하면 달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은 이미 시작됐고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도 여기까지다. 최 감독은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경기를 했는데 산뜻하게 올 시즌을 출발하게 돼 나도, 선수들도 기분 좋게 생각한다"며 시즌 첫 승리의 가치를 전했다.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남은 건 앞으로다. 2018년과 2019년, 두 해 동안 ACL에 나서지 못했던 만큼 서울은 이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누구보다 크다. 최 감독이 이끌던 2013년,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서울의 ACL 역대 최고 성적. 잘 준비하고 팀을 정비해서 "바닥에서 최정상까지" 큰 꿈을 꾸겠다는 것이 최 감독과 서울의 바람이다. 다행히 조별리그 편성은 무난한 편이다. 서울은 ACL 무대에서 베이징 궈안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고, 태국팀에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호주까지 장거리 원정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복귀한 무대에서 이전의 경험을 충분히 살리겠다는 각오다.
남들보다 빠르게 시작한 시즌, 아직 100%가 아닌 선수들과 팀 전체의 준비 상황 가운데서도 서울은 ACL 본선 복귀라는 눈앞의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 최 감독은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로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물론 ACL에만 '올인'할 수는 없다. 개막까지 한 달 가량 남은 리그도 있고 시즌 중에 치러야 할 FA컵도 있다. 최 감독은 "내가 원하는 선수에 대해 구단과 얘기 중이다. 끝까지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며 전력 보강을 암시했다. 영입이 확정된 아드리아노(33)를 비롯해 등록 마감일까지 전력을 충원하고, 고요한(32) 알렉산다르 페시치(28) 조영욱(21) 등 부상자들이 합류하면 최 감독의 구상에 맞는 선수단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