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협상 능력 부재일까. 선수들의 과한 욕심일까. NC의 연봉 협상 파열음이 올해도 반복됐다.
NC는 이동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29일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으로 나뉘어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그러나 비행기 이륙 직전까지 박민우(27)를 비롯한 다섯 명이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재계약 대상자 총 67명. 계약 진행률은 92.5%였다. '미계약자도 캠프에 데려간다'는 구단 방침에 따라 비행기에 함께 올라탔지만,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였다.
2루수 박민우(27)는 출국 직전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연봉 협상을) 에이전트에게 위임했는데, 두 달이 넘는 기간에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들었다. 구단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두 번밖에 못 만난 것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선수가 캠프 출국장에서 연봉 협상에 관해 얘기를 하는 건 흔하지 않다. 이례적이다"고 했다. NC는 미계약자 다섯 명 중 야수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1군 주축이다. 지난 시즌 주장을 맡았던 박민우가 총대를 멨다는 해석도 나온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연봉 협상을 완료하지 못할 수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삼성이 구자욱과 이학주의 계약을 완료하는 데 실패했다. 삼성은 두 선수의 이름을 29일 발표한 스프링캠프 출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계약만 하면 곧바로 훈련에 합류시킬 계획이지만 합의점을 찾는 게 우선이다. NC의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기간을 늘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 선수가 벌이는 줄다리기가 이젠 연례행사가 됐다. 최근 매년 반복되는 양상이다.
2018년에는 투수 B가 연봉 조정 신청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구단 제시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하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문의했고 연봉 협상과 관련된 자료를 받아 갔다. 연봉 조정은 구단과 선수가 합의점을 찾기 힘들어 KBO 조정위원회에 선택을 맡기는 방법이다. 2012년 이대형(당시 LG) 이후 신청자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다. 그러나 이 절차를 고려했을 정도로 B 선수는 NC 구단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연봉 조정까지 가지 않고 백기 투항했지만,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B 선수는 그해 극도로 부진했다.
지난 시즌에는 불펜 투수 강윤구가 미계약 신분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NC는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애리조나에 가서야 모든 선수의 계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올해도 비슷하다.
일단 NC는 선수단 출국에 앞서 장동철 운영팀장이 일찌감치 미국으로 떠났고 현지에서 협상 테이블을 차린다. 구단 관계자는 "미국 도착 후 첫째 날과 둘째 날이 휴식과 자율훈련이다. 그때 많이 할 것 같다"고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칫 협상이 길어지게 되면 2월 1일(한국시각)부터 시작되는 훈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1군 주축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연봉 계약을 하지 않고 버티는 건 의미하는 게 크다. 구단의 연봉 고과 산출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비칠 수 있다. 자칫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김종문 단장은 "구단의 룰이 있고 선수들은 자기들의 몸값이 중요하니까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