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벨로드롬은 혼전의 연속이다. 2019년도 하반기 경륜 등급 조정 이후 한 수 위의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됐던 강급자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부거리가 짧은 추입형 강급자들이 이변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주들이 많고, 자력형 강급자들마저 신인들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1∼3회차 선발급과 우수급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현상은 추입형 강급자들의 부진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해 놓고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우수급의 이규민(32·A1)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난 17일 첫날 경주에서 권정국(44·A2)을 상대로 무난히 추입 우승을 거머쥔 이규민은 2일차와 3일차 경주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나서며 낙승이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연이틀 모두 착외했다. 특히 둘째 날의 경우 비교적 여유 있는 편성을 만났던 터라 우승이 기대됐지만, 최약체로 평가받는 최근식(38·A2)과 하수용(40·A3)에게 1·2착을 내주며 쌍승 2376.8배라는 대박의 빌미를 제공했다. 마지막 날인 광명 10경주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선행에 나선 뒤 버티지 못한 탓에 4위로 골인하며, 쌍승 127.2배 삼쌍승 526.7배가 터졌다.
특선급에서 내려온 후 가장 안정적인 레이스를 뽐냈던 우수급의 박진철(33·A1)도 첫 날 경주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선발급에서도 승부거리가 짧은 강급자들의 수난은 계속됐다. 김경태(49·B1) 박석기(45·B1) 등이 대표적이다. 1회차에 출사표를 던진 선발급의 박석기는 강급 된 후 3일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첫날 경주에서는 기존 선발급 강자인 엄지용(32·B1)과 신인 노형균(26·B1)에게 밀려 3착에 머물렀다. 2일차 경주에서도 신인 윤진규(25·B1)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1월 들어 이변이 속출하는 원인 중 하나로 2진급의 과감한 경주 운영을 꼽을 수 있다. 평소 우수급은 안정적인 편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월 들어 한두 경주는 어려운 각축 편성이 섞여 있는 모습이다. 각축 경주는 시드를 받은 강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2진급 선수들에게는 곧 기회다. 따라서 2진급 선수들의 공격적인 경주 운영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이들의 과감한 경주 운영이 통할 경우 곧바로 이변으로 연결된다.
‘최강 경륜’의 설경석 편집장은 “추입형 강급자들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전법상의 한계가 있어 출전할 시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며 “추입형 강자들이 고전할 경우 대부분 자력 승부형들이 그 혜택을 받는다. 최근 훈련량이 많은 2진급 자력형 선수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