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는 서브 전쟁터다. OK저축은행 라이트 공격수 레오 안드리치(26·크로아티아)와 대한항공 라이트 공격수 안드레스 비예나(27·스페인)의 서브왕 경쟁이 치열하다.
서브 1위(30일 기준)는 세트당 0.68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 중인 레오다. 비예나는 0.57개로 2위다. 이달 중순까지도 레오 이름은 서브 순위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레오는 지난해 10월 말 KB손해보험전 도중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다. 오른쪽 다리 족저근 일부 손상으로 한 달간 결장했다. 지난해 12월 초 코트에 복귀한 뒤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19일 우리카드 원정 경기에서는 서브에이스 9개를 기록했다. 남자 프로배구 역대 한 경기 최다 서브 4위(1위 15개, 2016년 삼성화재 그로저) 기록이다. 레오는 단숨에 서브 1위로 치고 올라갔다. 레오는 “요즘 서브를 때릴 때 편하고 느낌이 좋다. 계속 이런 느낌이라면 서브에이스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오 전까지 서브 1위를 달렸던 비예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7일 OK저축은행전에서 레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브에이스 6개를 기록했다. 특히 3세트 3-1로 앞선 상황에서 11번 연속으로 서브를 넣었다. 11점 연속득점을 했다는 얘기다. 남자 프로배구 한 경기 연속 서브 2위 기록이다. 비예나의 서브에이스 6개 중 5개가 이 상황에서 나왔다. 팀 동료 정지석은 “비예나가 서브를 계속 넣을 때, (오랫동안 공격을 안 해서) 점점 땀이 식더라. 후위에 있었는데 ‘직관(직접 관람)’하는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비예나는 “레오가 최근 서브를 잘 넣고 있는 건 맞다. 그렇다고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내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의 경우 서브 방식이 독특하다. 양팔을 앞으로 쭉 뻗어 공을 팔 위에서 아래로 굴린다. 공을 미끄럼 태우는 것이다. 이어 천장을 뚫을 것처럼 공을 높이 띄운다. 그리고 서너 번의 스텝을 밟으면서 뛰어올라 공을 때린다. 이상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대개의 경우 서브를 넣을 때 한두 번의 스텝을 밟은 뒤 공을 때린다. 그보다 스텝이 많아지면, 자칫 공을 때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오의 경우 공을 워낙 높이 올리기 때문에, 공의 하강 속도에 맞추기 위해 스텝을 더 밟는 것 같다.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지만, 잘 맞으면 공에 힘이 실려 위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예나는 키 1m94㎝로 남자부 7개 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작다. 보통의 경우라면 타점이 낮아 서브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예나는 월등한 점프력으로 이를 보완했다. 그는 “서전트 점프(제자리 뛰기)를 1m까지 뛸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해 점프력을 키웠다”고 소개했다. 이상열 위원은 “비예나는 탄력을 타고났다. 점프를 보면 아주 가볍게 뛰는데도 높이 뛴다. 게다가 공을 때릴 때 강약 조절을 잘해 코트 구석구석에 꽂아넣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비예나는 서브에이스를 기록할 때마다 기부금을 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즌 비예나가 서브 에이스 할 때마다 대한항공이 10만원, 인하대병원이 10만원씩 기부금을 적립한다. 적립금은 인하대병원 환자 및 소외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서브에이스 54개(30일 기준)로 1000만원 넘는 돈이 쌓였다. 비예나는 “기부금을 많이 모으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현재 꽤 모였다고 하니 다행이다. 더 열심히 서브를 넣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