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CK 서머 경기를 보기 위해 롤파크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프라인 산업계가 타격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게임과 e스포츠 업계도 신종 코로나 악재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LCK·배그 경기 무관중…중국 e스포츠는 아예 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5일 ‘2020LCK 스프링’ 개막전부터 무관중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텅빌 것으로 보이는 롤파크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이 e스포츠 업계다. 각종 e스포츠 리그가 연초를 맞아 2020년 시즌을 개막하거나 준비하던 중이어서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5일 개막하는 스프링 시즌을 무기한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했다.
LCK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전용 경기장 롤파크에서 진행되는데, 이날 개막전부터 400석가량의 관중석을 모두 비운 상태에서 선수들과 심판진 등만 입장해 경기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30일 LCK 개막 미디어데이도 전격 취소됐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선수와 관람객, 관계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하게 됐다”며 “언제 다시 관람객을 받을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펍지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e스포츠도 차질이 우려된다.
펍지는 올 한 해 동안 4번의 글로벌 배그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펍지 글로벌 시리즈’(이하 PGS) 3번에 오는 11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으로 대미를 장식한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PGS는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연다. 이를 위해 한국·중국·일본·유럽·미주·기타 아시아 등 6개 지역에서 대표 선발전을 진행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7일부터 4주간 오프라인 선발전을 진행하되 무관중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장소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새 e스포츠 경기장인 콜로세움의 개관식을 연기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지하에 마련한 아프리카TV 콜로세움은 1,983㎡(600평)에 50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춘 도심 e스포츠 경기장이다. 오는 8일 정식으로 문을 열고 배그 BJ 멸망전을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로 차질을 빚게 됐다.
넥슨도 3일 카트라이드 리그의 무관중 경기를 전격 결정했다.
지난달 4일 개막한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은 436석의 관람석을 갖춘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넥슨 아레나에서 오는 3월 21일까지 열린다.
넥슨은 지난주까지 경기장 방역과 관람객 체온 체크 및 손세정 실시, 마스크 배포 등 예방 조처를 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5일부터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는 중국의 e스포츠 리그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개막했던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프로리그인 LPL와 2부 리그인 LDL이 연기됐다. 오는 9일 개막 예정이었던 펍지의 중국 리그인 PCL 2020 스프링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블리자드도 2, 3월 중국에서 열 예정이었던 오버워치 리그를 모두 취소하고 장소와 일정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오는 29일 중국 쿤밍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인 CFPL 시즌15와 CFML 시즌7 결승전도 연기됐다.
e스포츠 선수들도 살얼음판 최근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이 열린 넥슨 아레나를 찾은 관람객들과 경기석의 선수들 뒤 심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e스포츠 선수들도 비상이다.
LCK의 경우 무관중으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다른 팀 선수들과 심판진, 운영 스태프 등을 만나야 한다. 자판이나 마우스는 자신의 것을 쓰지만 헤드셋은 공용으로 사용해 찜찜하다.
또 선수들이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것도 요즘 같은 때에는 예민해지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외출을 나갔다 오는 경우도 있어 혹시 모르는 감염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e스포츠팀들은 선수들에게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켜 달라고 당부하고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하는 등 예방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 소속팀인 T1은 대표가 직접 선수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한 e스포츠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명이 걸리면 팀 전체가 2주간 격리될 수 있다”며 “한 시즌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도 했다.
무관중이 선수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팀 관계자는 “관중의 호응에 힘이 나는 선수들이 있는데, 무관중이면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게임사들 신작 발표 고민…중국 판호 재개도 암울
게임사들도 신종 코로나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준비한 신작을 선보일 계획을 가진 게임사들은 더욱 그렇다.
넥슨은 오는 18일 신작 발표회를 열고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퍼지고 있어 발표회 개최 자체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오는 17일 ‘테라 히어로’ 기자간담회를 연다고 공식화한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올해는 연초에 신작을 준비하는 게임사들이 많은데,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으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기가 어렵다”며 “신작 발표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올 상반기 기대했던 중국 정부의 판호(허가권) 규제 해결도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갈등을 계기로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내 게임 유통을 허가하는 판호를 한 건도 내주지 않고 있다.
업계는 올 상반기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판호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사태로 시진핑 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게임업체들이 기대를 접고 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많아지고 게임 이용도 증가해 게임사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잘 되는 특정 시즌이라는 게 없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월급이 나온 직후인 월초에 게임 매출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가 잘 돌아가야 게임사들도 좋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하루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