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봉준호 감독)'의 수상 레이스가 계속되고 있다. 영미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쓸며 오스카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중이다.
'기생충'은 2일(현지시각) 영국영화 TV 예술아카데미(BAFTA)가 주최하고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The Orange British Academy Film Award)에서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먼저 이변 없이 외국어영화상이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더 페어웰'·'사마에게'·'패인 앤 글로리'·'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전세계의 명작들 사이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각본상 수상자로는 '기생충'의 한진원 작가,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호명됐다. '북스마트'·'나이브스 아웃'·'결혼 이야기'·'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작품을 모두 제쳤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기생충'은 이 가운데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영화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은 지난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외국어영화상이 아닌 주요 부문 수상으로는 '기생충'이 최초다.
특히 '기생충'은 오는 7일 영국 개봉이 예정돼 있다. 많은 영국 아카데미 회원이 이 영화를 아직 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각본상까지 받으며전 세계를 휩쓴 '기생충' 열풍을 다시금 입증했다.
각본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외국어로 쓰여진 시나리오인데 BAFTA 여러분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내가 쓴 대사들과 장면들을 훌륭하게 화면에 펼쳐준 배우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랭귀지야말로 가장 유니버설한 만국 공통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카페에서 쓰는데"라면서 "이렇게 런던 한복판 로열 앨버트 홀에서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면서 "시나리오를 사랑해주고 지원해주고 함께 일한 모든 분께 이 영광을 돌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보다 앞서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49회 로테르담 영화제에서는 흑백 버전으로 관객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새롭게 만든 흑백 버전이라는 점, 작품성은 물론 영화적 재미를 입증한 관객상이라는 점으로 더욱 특별한 수상 소식을 전했다.
1일(현지시각) 미국 LA와 뉴욕에서 진행된 제72회 미국 작가 조합상에서도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최고상인 각본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에는 제40회 런던 영화 비평가 협회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과 함께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기생충' 세상이다. 제작자조합(PGA), 감독조합(DGA), 배우조합(SAG), 작가조합(WGA)상 등 미국 4대 조합상 가운데 앙상블상과 각본상, 최고상 트로피를 2개나 받았다. 모든 조합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영국 아카데미까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결과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전초전에서 계속해서 유의미한 낭보를 전하고 있다. '기생충'의 주요 부문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망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9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까지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낸 이 영화가 101주년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될지 세계 영화 팬의 관심이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