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불가' 흥행왕(王) 연기신(神)이다. 1000만 벽은 넘지 못했지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겨울 스크린 '1등 공신'이 된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지난해 12월 겨울 성수기 시즌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과 1월 설 시즌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을 연이어 개봉시키며 자의 반 타의 반 겨울의 남자가 됐다. 결과는 이변없는 성공. 흥행이 0순위 목표였던 '백두산'은 최종 누적관객수 825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 넘었고, '남산의 부장들'은 작품 자체는 물론 배우들의 열연까지 쏟아지는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상영 레이스 후반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으면서 흥행 상승세는 주춤하고 말았지만 상반기 최고 작품으로 꼽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 중심에는 단연 이병헌이 있다. '백두산'에서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대통령을 암살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소화한 이병헌은 신들린 연기력을 바탕으로 충무로 대표 흥행보증수표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하며 한 작품 안에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숙제를 깔끔하게 해냈다. 어떤 옷을 입든 스스로를 '캐릭터화' 시키는 이병헌은 눈에 띄는 기복없이, 스크린 안에서만큼은 그 어떤 매너리즘도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유일무이 배우다.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배우 이병헌을 리스펙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백두산'과 '남산의 부장들'은 배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병헌은 이병헌이다'는 감탄 역시 두 작품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반응이다. '백두산'은 다소 뻔하고 허술할 수 있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배우들이 멱살잡고 살려내면서 '이병헌 캐스팅이 신의 한 수'라는 평을 얻었다. 실화를 중심으로 탄탄한 무게감과 촘촘한 이야기까지 준비돼 있었던 '남산의 부장들'은 실존 인물을 현실적이면서도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의 존재감을 120% 활용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작품과 캐릭터를 모두 살려내는 윈윈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올 겨울 이병헌이 극장으로 불러들인 관객만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병헌과 직접 작업한 관계자들은 백이면 백 "비슷한 몸값의 배우들 중 제 값 이상을 무조건 해내는 배우다.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배우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끈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 드라마 뿐만 아니라 CF 한 편을 찍어도 '작품'으로 접근한다는 이병헌. 하정우가 '로봇'이라 표현할 만큼 직업 배우의 정석, 교과서의 결과물을 속속 내놓는 탓에 투자, 제작자들의 선호도는 치솟기만 할 뿐 하락할리 없다.
때문에 이미 대기 중인 차기작도 줄줄이다. 상반기 송강호·전도연 등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충무로 넘버원 배우들과 항공 재난 소재를 다루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촬영에 돌입하고, 국제적 비영리 민간단체 NGO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으로 알려진 노희경 작가의 신작 '히어(가제)' 출연도 일찌감치 확정, 브라운관 활동도 이어간다. 또 박찬욱 감독의 신작 합류가 거론되고 있고, 할리우드 작품도 꾸준히 논의 중인 상황. 스스로 물 들어올 길을 만들고 노까지 젓는 이병헌의 행보는 당분간 꺼지지 않는 불씨로 활활 타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