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시기에 철없이 굴었다. 반성한다. 현역 황혼기에 비로소 자신을 돌아봤다. 한화 내야수 송광민(37)이 조금 진지해졌다.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8시즌. 송광민은 온전히 웃지 못했다. 성적(타율 0.297·18홈런)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을 야기하는 2군행이 두 번이나 있었다. 한용덕 감독이 강한 어조로 그의 근성과 스포츠맨십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내부 갈등이 있다는 시선을 받았다.
송광민은 후회했다. 2018년을 돌아본 그는 "누군가 당시 일을 물어보면 할 말이 없었다. 부끄럽고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고 했다. 이어 "팀에게 피해를 준 점이 미안했다. 나에게도 중요한 시기(FA 자격 취득)였는데 '왜 그렇게 보냈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뒤늦게 과오를 깨달았다. 그사이에 계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송광민도 "지금 내가 가진 마음가짐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19시즌 올스타전 전후로 자신의 성격, 가치관, 인간관계를 돌아봤다고 한다. 취미인 낚시도 이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제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다. 부모에게 어떤 장남, 동생들에게 어떤 형이 되어야 할지 고민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송광민은 "이 나이를 먹으니 이제야 철이 좀 들려나 보다"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이제 비우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자평은 민망하다. 그는 "이어다가 또 원래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얼마나 갈지 모른다. 그래도 2018년 얘기를 남에게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야 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에 그때 잘못은 앞으로의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은 "요즘 (송)광민이가굉장히 진지하다"고 했다. 노력하고 있다. 진지해지고 싶었다. 훈련할 때도 가벼운 모습을 보이던 과거와 달라졌다고 한다. 모교에서 훈련하며 자신을 돌아봤고,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바가 컸다.
송광민은 "비시즌에 처음으로 모교인 공주고에서 훈련을 했다. 듣기로는 내가 야구를 할 때보다 풀어진 분위기라던데, 전혀 아니었다.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밤마다 배트를 돌리던 때가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모습으로 나에게 질문을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30대 후반이다. 타인과의 관계, 야구관이 이제야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변화에 만족한 모습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 진지한 마음을 가진 게 아니다. 나와의 약속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타율 0.264·7홈런·51타점에 그쳤다. 반발력이 낮아진 공인구에 제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장타가 안 나오자 스윙이 커졌고, 왼쪽 어깨는 빨리 열렸다. 몸쪽 승부에 고전했다.
자신과 팀의 재도약을 노린다. 송광민은 "겨우내 기본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15시즌째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깨달았다. 허슬플레이를 하고 더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직 한화에 승리 기운, 가을 DNA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팀이 다시 가을야구에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각오가 시즌 내내 지속될 수 있을까.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