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정규리그 최다 우승팀(7회)이자 챔피언 결정전 최다 우승팀(7회). 울산 현대모비스는 최근 프로농구 10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어우몹(어차피 우승은 모비스)'이라는 말을 탄생시킬 정도로 늘 강했던 현대모비스가 9시즌 연속 봄농구에 도전한다. 그러나 이번 시즌 도전은 예전에 비해 난이도가 높아 보인다. 중하위권을 맴도는 순위가 알려주듯, 현대모비스는 지금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 LG 원정 경기에서 77-69 승리를 거둔 현대모비스는 13일 현재 7위(18승22패)에 올라있다. 서울 삼성과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7위 자리에서 한 걸음 더 올라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 중인 상황이다. 5라운드 6강 팀들이 격차를 크게 벌렸다면 봄농구의 꿈은 접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희망이 살아있다.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인천 전자랜드(20승20패)와는 두 경기 차. 남은 경기 수가 14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플레이오프 막차를 탈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올 시즌 성적표는 아무리 '리빌딩'에 방점을 뒀다고 해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대형 트레이드로 라건아, 이대성을 전주 KCC에 넘겨주긴 했지만 김국찬, 박지훈, 김세창, 리온 윌리엄스를 얻었고 무엇보다 '만수'라 불리는 유재학 감독이 버티고 있는 만큼 적어도 6강 플레이오프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패배가 늘어가고 좀처럼 중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면서 불안한 시선이 현대모비스를 향했다.
리빌딩을 선택한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압박을 받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다르다. 하위권 성적과 리빌딩, 두 가지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현대모비스에 걸리는 '봄농구' 기대치는 그들이 지금껏 그만큼 강한 모습을 보여줘 왔다는 방증이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내고, 전술과 조직력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왔던 만큼 이번에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물론 현대모비스를 향한 기대감과 그들이 처한 현실 사이엔 차이가 있다. 7위 싸움을 넘어 6강 플레이오프에 안착하기 위해선 상승세를 이끌어 갈 키 플레이어들이 필요하다. 상무에서 전역한 전준범과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던 이종현의 복귀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전준범은 이미 LG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이종현의 1군 복귀전은 아직 미정이다. 이들이 팀에 합류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지만, 봄농구를 향한 폭발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둘 중 하나라도 터져줘야 한다.
9시즌 연속 봄농구의 꿈. 2011~2012시즌 플레이오프 진출(당시 4강 탈락) 이후 지난 시즌까지 무려 8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섰던 팀의 자부심을 앞세워 현대모비스가 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